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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형제들이 가나안으로 돌아감[39]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2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30 조회수1,437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9. 야곱이 이집트로 내려감

 

사실 요셉의 죽음은 야곱에게는 평생의 한으로 마음 한구석에 떠나지 않았는데, 그 죽었다던 요셉이 살았을 뿐 아니라 이집트의 재상으로 있다니 더는 무엇을 바라겠는가! 요셉이 아버지 야곱을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였는데, 이제는 야곱이 더 요셉을 보고 싶어 한다. 어쩌면 사랑하는 아내 라헬에게서 난 그를 본 뒤에야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에 야곱은 이집트라는 먼 길을 단숨에 달려갈 자세다.

 

그렇지만 야곱은 그의 이러한 생각대로 일찍 요셉을 만나러 그 많은 식솔을 데리고 과연 출발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였다. 어림잡아 삼사십 년이 훌쩍 지난 후였다. 나름대로 계산해보면 거의 삼십오 년이나 지났다. 왜 그토록 야곱은 이집트 행을 그토록 뒤로 미루었을까? 참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면이 있다. 어쩌면 순풍에 돛단배마냥 일사천리로 나아갈 것 같은 이주가 무려 삼십오 년 정도나 지체되다니!

 

사실 하느님의 원대한 구원 계획의 서막은 파라오의 초청으로 시작은 순조로웠다. 그렇지만 말이 이집트로의 이주였지, 어찌 그게 그리 말처럼 단번에 쉽사리 이루어지기가 만무했다. 아마도 다들 성장해 결혼까지 하고 자식까지 두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제각기 떨어져 살았던 모양이다. 유다만 해도 형제들에게 떨어져 나와 셋째 셀라를 낳았을 때는 크집에 살았단다(38,1.5). 크집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인데, 코제비(1역대 4,22)와 같은 지역의 성읍인 악집(여호 15,44; 미카 1,14) 정도로 추정해 볼 수가 있다. 맏이 르우벤도 이미 두 아들을 둔 상태(42,37)이니, 말이 이집트로의 이주이지 실상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을 게다.

 

더 큰 일은 헤브론에 계시는 아버지 이사악이다. 창세기 성경에서는 야곱이 성조사를 다루면서 연대 개념이 좀 희박하다. 아마도 성조사의 인물 중심으로 서술하다 보니 그럴 게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에서 중요한 일은 태어남과 결혼, 자녀 출생과 같은 자식 농사와 죽음일 게다. 이 중요한 일을 다루면서 인물 중심 이야기를 나열하다 보니, 나이 개념은 그리 비중을 두지 않는 것 같다. 야곱만 해도 그렇다. 그는 나이 마흔에 형 에사우를 피해 하란으로 도망을 가서(26,34), 거기에서 이십 년을 나그네살이(31,41)하고 가나안으로 돌아와서는 어머니 레베카와의 만남 기록 자체는 아예 없고 그 이름조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어머니와는 하란으로 떠날 때가 모자간의 마지막 만남이다.

 

그렇다고 아버지 이사악도 생전에 만난 적이 없다. 야곱이 하란 생활을 청산하고 가나안으로 돌아와서 아버지 이사악을 만난 기록 자체가 일절 없으니까. 단지 아버지 이사악의 만남은 그의 장례식 때다. 성경은 야곱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요셉 이야기를 다루기에 앞서 이사악의 죽음을 전한다. ‘마침내 야곱은 마므레 곧 키르얏 아르바에 있는 자기 아버지 이사악에게 다다랐다. 그곳은 아브라함과 이사악이 나그네살이하던 헤브론이다. 이사악의 나이는 백여든 살이었다. 이사악도 그의 아버지 아브라함처럼 노인으로 한껏 살다가, 숨을 거두고 죽어 선조들 곁으로 갔다. 그의 아버지 아브라함도 백칠십오 세까지 살았으니, 장수 집안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아들 에사우와 야곱이 그를 가나안 땅 마므레 맞은쪽 막펠라 밭에 있는 동굴의 가족 묘지에서, 어머니 레베카 옆에 안장하였다.’(35,29; 49,30-31)

 

거듭 나이를 정리해보자면, 요셉이 재상으로 있으면서 형제들을 만난 것이 칠 년 풍년이 지나고 이년 기근이 끝날 즈음이니 대략 마흔이었을 때다. 이미 요셉과 야곱, 할아버지 이사악과의 나이 계산에서 본 바와 같이 요셉이 마흔 살이면 아버지 야곱의 나이는 거의 아흔다섯, 할아버지 이사악은 백쉰다섯 살로 아직 살아 계실 때였다. 야곱이 마흔에 하란으로 갈 때가 아버지 이사악은 백 세이다(25,26 참조). 이 부자간의 다시 만남은 백팔십 세 된 아버지 장례식이었다니, 아버지와 이별한 후 이렇게 재회하는 데 걸린 기간은 장장 팔십 년이 지난 뒤였다는 게 되는 거다. 이 긴 팔십 년의 세월에 이사악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야곱은 물론 그 아들 요셉도 다들 숱한 세월을 겪었으리라.

 

이렇게 야곱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다루면서 아버지 이사악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바로 아들 요셉 이야기로 이어지다 보니 독자에게는 엄청난 혼돈을 나타내 주고 있다. 아무튼 야곱이 가나안에서 이집트 이주 행을 결행하기에는 여러 변수가 있었을 게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버지를 이집트로 모실 것인지가 관건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야곱은 아버지 이사악의 장례를 가나안에서 마쳤다.

 

그리고는 단출하게 야곱의 아들 중심으로 이집트 이주를 결정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도 이미 가나안 민족에 어울렸다. 야곱의 큰 아버지 이스마엘 가족도 제외되었다. 물론 형 에사우 가족도 포함되지 못했다. 드디어 이스라엘은 자기에게 딸린 직계 가족만을 꾸려서, 이집트 이주를 결정했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모든 것을 거느리고 길을 떠났다. 그는 브에르 세바에 이르러 자기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께 제사를 드렸다.

 

하느님께서 밤의 환시 중에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 야곱아, 야곱아!” 하고 부르시자, “, 여기 있습니다.” 하고 그가 대답하였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하느님, 네 아버지의 하느님이다.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그곳에서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 나도 너와 함께 이집트로 내려가겠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너를 다시 데리고 올라오겠다. 요셉의 손이 네 눈을 감겨 줄 것이다.”

 

그리하여 야곱은 브에르 세바를 떠났다. 이스라엘의 아들들은 아버지를 태워 오라고 파라오가 보낸 수레들에 아버지 야곱과 아이들과 그 아내들을 잔뜩 태웠다. 그들은 가나안 땅에서 얻은 가축과 재산을 가지고 이집트로 새로운 정착 생활을 위해 들어갔다. 야곱과 그의 모든 자손이 함께 들어갔다. 야곱은 아들과 손자, 딸과 손녀, 곧 그의 모든 자손을 거느리고 요셉이 이집트로 들어갔다. 가나안과 하란 등지에서 나그네살이를 백삼십 년이나 해온 야곱은 아들 요셉이 기다리는 이집트로 또 다른 둥지를 마련하고자 아들 요셉이 기다리는 이집트로 발길을 옮긴다.

 

이집트로 들어간 이스라엘인들, 곧 야곱과 그 아들들의 이름은 이러하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이집트로 내려간 야곱의 자손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나그네살이,브에르 세바,막펠라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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