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분들을 만나본 후기입니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06 조회수2,481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제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거의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도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완전 봉쇄 수도원입니다. 입회 조건인 나이가 초과되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메일이 왔는데 며칠 만에 다시 가능할 수가 있다고 하는 연락을 받아서 갔습니다. 지난 연말에 3부작으로 방송으로 전해진 수도원입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수도원입니다. 충북 보은에 여자 수녀원도 하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방송을 여러 번 시청했습니다.

 

수도원에 노크를 하기 전에 그냥 그분들의 삶이 어떤지 궁금해서 봤습니다. 참으로 존경스러웠습니다. 제가 이 수도원을 노크를 한 것은 이런 분들의 삶이 그렇다면 요즘 세상에 지원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크를 했던 것입니다. 다른 수도원에서 잠시 체험을 할 때 그 수도원에서 계셨던 수사님이 계셔서 어느 정도는 방송으로 나오기 전에 이미 그 수도원이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제 드디어 약속 시간에 맞춰서 수도원에 방문했습니다. 네 분의 수사님을 뵈었습니다. 두 분은 방송에서 뵌 분이었습니다. 오전에 면담을 하고 점심 식사 전에 수도원을 구경시켜주셨습니다. 방송에서 미사를 집전하신 신부님이셨습니다.

 

대부분 방송에서 본 것을 다 봤지만 몇몇은 방송에서 보지 못한 면을 봤습니다. 다행히 방송에서 보면 신학교 4학년 때 이 수도원에 대한 갈망이 생겨서 수도원에 입회한 수사님과 오후에는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오전에 수련장 신부님이 프랑스 출신인 신부님이라 의사소통에 많이 답답함을 느꼈는데 다행히 한국 수사님과 대화를 나눌 수가 있어서 수도원 생활의 생생한 체험담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면담을 하고 식사를 혼자 했습니다. 방송에서 나오는 식기와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런 식으로 식사를 하게 된다면 만약 입회를 했을 때 한평생 남은 생애 동안 잘 적응해서 살아갈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이 수도원 음식을 처음 먹어본 것이라 또 처음이라 그건 차차 적응을 하면 될 거라는 생각도 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보이지 않는 불안감은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 긴장을 하고 오전에 자가로 수도원에 갔고 전날에 조금 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조금 나른했습니다. 마침 식사 후에 방송에 나온 한국 수사님 독방에서 잠시 믹스커피 한잔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실제 다른 봉쇄 수도원에서 며칠간 예전에 체험을 한 적은 있지만 완전 수도승 방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말 방 모습을 보니 말로만 듣던 그런 수도승이 아니라 진짜 방 모습에서 수도승의 방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른 수도원에 있는 수사님들 방보다는 조금은 넓은 것 같습니다. 거의 독방에서 지내다보니 조금은 그런 것을 감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방송으로 본 느낌과 실제로 눈으로 본 느낌과는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이 수도원은 보통의 수도원도 쉽지는 않겠지만 좀 더 엄격한 수도규칙이 있습니다.

 

수도규칙에 따라 생활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면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게 이 수도원만의 독특한 특징인 고독과의 싸움이라고 했습니다. 이 고독을 이기면 거의 모든 것을 이길 수가 있을 정도로 많은 수도 생활의 승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습니다.

 

자정부터 3시까지 하는 기도 때문에 잠을 초저녁에 잤다가 기도가 끝난 후에 나누어 또 잠을 자는 패턴도 참 쉽지 않은 생활 패턴입니다. 여기에 적응하는 것도 만만찮은 것입니다. 몇 시간 동안의 수박 겉 핥기 식의 모습만 봤지만 수사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지 않으면 이 생활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만큼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의 일생을 바친다고 하는 희생 때문에 어려운 수도생활만큼 느끼는 은총 또한 크다고 합니다.

 

누구나 이 생활을 하고 인내하며 견딘다면 보석과도 같은 삶일 것입니다. 돌아오면서 아는 수도회 신부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현재 11명의 수도자들이 제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수도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단 하나 하느님의 진리를 찾는다는 명목아래 형제애로써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도 실감할 수가 있었습니다. 또 잠시 복도를 지나면서 수도자분들과 만나 악수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에서 정말 얼굴 표정에서 세상 사람들의 영혼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여든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영혼은 너무나도 맑아보였습니다.

 

한평생 하느님만 바라보며 기도생활로 영혼을 단련했으니까 아마 그 영혼에 하느님의 기운이 물씬 묻어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하느님만 찾는 사람들의 눈빛 자체만으로도 이 세상 사람들의 눈과 차이가 났습니다.

 

몇몇 외국 수도자님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경이로움마저도 느꼈습니다. 자신의 고국을 떠나 이국 땅에서 하느님의 종으로 자신의 일생을 바치고 또 그 자리에서 묻혀 마지막에는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수도생활에 전념하시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더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고독과 싸우며 때로는 고독을 즐기며 하느님을 찾는 이 생활에 대해 어제 수도원에 대한 자료를 수련장 신부님께서 주신 것을 집에서 보면서 마음에 와 닿은 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이런 생활도 하느님으로부터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질을 천성적로 타고 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공감이 되는 말씀이었습니다. 사실 이 생활을 한 달 정도만 견딜 정도면 희망적인 신호라고 볼 수가 있다고 할 정도면 이 생활이 어떤지는 실감할 수가 있을 겁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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