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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24 - 산토리니의 색 (산토리니/그리스)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10 조회수2,393 추천수2 반대(0) 신고

 

산토리니의 색

 

 

 

“산토리니”는 그 이름을 한번도 들어 본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파랗고 하얀 마을”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 관광 사진에도 많이 나오고 영화나 CF에서도 자주 나오는 많이 알려진 곳이다.

 

산토리니는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섬으로 몇 개의 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산토리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절벽 위의 하얗고 파란 예~쁜 마을은 “이아 마을”과 “피라 마을”이지만

 

내가 “이아 마을”과 “피라 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따로 버스를 타야 하는  

 

“페리사 마을”에 숙소를 정한 것은 순전히 비용 때문이었다.

 

산토리니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정을 하고 찾아 오는 곳인데다

 

예쁜 풍경 때문인지 연인, 신혼부부, 여성들의 방문 비중이 다른 곳에 비해 높은 편이라

 

“이왕 작정을 하고 왔으니…” 혹은 “특별한 날이니 만큼….”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이아 마을이나 피라 마을에 숙소를 정하려고 하고

 

또 이렇게 수요가 많다 보니 이 마을들의 숙소들은 

 

나 같은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이 감당하기에는 많이 부담이 되는 가격들이다.

 

물론 저렴한 숙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아주 일찍 예약하거나 운이 따르지 않는한 하늘에 별따기다.

 

내가 정한 숙소는 건물 자체나 주위환경이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산토리니의 낭만적인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흰색과 파란색으로 나름 산토리니 분위기를 연출했고

 

더구나 주인 노 부부의 친절함이 내가 그 곳을 찾은 봄날의 아침 햇살 마냥 따뜻했다.

 

거기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근처에 대형마트 “까루푸(유럽의 이마트)”가 있다는 것이었다.

 

여행하면서 먹는 것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나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대충 한끼 때우는 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편인데

 

유럽의 물가가 한국보다 높다 보니 웬만한 식당들은 대충 한끼 때우는 수준의 식사를 한다 해도 

 

그 가격이 내 기준으로 볼 때 아까운 수준이다.

 

이런 내게 저렴하고 다양한 먹거리들을 한자리에서 선택 할 수 있는 대형마트가 숙소 근처에 있으면 

 

편리하다 못해 감사하기까지 하다.

 

이래 저래 얼떨결에 정하게 된 이번 숙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산토리니는 소문에 듣던 데로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절벽 위의 파란색과 하얀색의 마을은 누가 봐도 독특하고 낭만적으로 보인다.

 

유적이 있긴 하지만 단지 그것을 보려고 일부러 이곳까지 올 정도로 유명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곳에 비해서 특별히 아름다운 자연경치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바다와 절벽과 그 절벽 위에 있는 마을의 조화가 만들어 내는 독특함과 아름다움 때문이며 

 

나 또한 그런 이유로 산토리니를 찾았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산토리니를 대표하는 색은 하얀색과 파란색이다, 

 

그렇다 보니 그냥 평범한 것일지라도 산토리니에서는 파란색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해 보인다.

 

동네에 있는 보통의 공중 전화도, 누군지 모르지만 그냥 벽에 걸어 놓은 그 흔한 “비닐 봉지”도, 


그리고 문 앞에 세워 놓은 “모터 바이크”도 단지 파란색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일부러 가져다 놓은 장식품처럼 멋지게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산토리니에는 하얀색과 파란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강렬한 원색과 고상한 파스텔 톤의 색도 있었고

 

그런 색들의 조합이 하얀색과 파란색 만큼이나 산토리니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세상에 수많은 색들이 존재하듯이 하얀색과 파란색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산코리니에도 여러 색들이 존재했다

 

마치 세상에 여러 인종들과 여러 문화들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파란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데

 

(물론 파란색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기에 뭉뚱그려 하나로 말하기는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실제로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깃발을 파란색으로 정했다고 한다.

 

동양 쪽이나 아시아 쪽의 통계는 모르겠으나

 

역사, 문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취향 또한 차이가있겠지만

 

인간의 근본적인 감성에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을 테니

 

동양사람들 중에서도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색에 대해 독특한 취향이나 특별한 감성을 가졌다기 보다는 

 

그저 평범한 취향과 감성의 소유자라고도 할수 있을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면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파란색이 그리 독특한 색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각자가 좋아하는 색깔 그리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색이 있을 것이며

 

그 색이 나처럼 독특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아주 독특할 수도 있다.

 

사람들 각자의 얼굴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취향도 각자 다르니까.

 

세상에는 정말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색들이 있고

 

내가 파란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반대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색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내 취향일 뿐 그 색 자체가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또 내가 싫어하는 그 색을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빨강이나 노랑 혹은 분홍색 같이 눈에 띄고 화려한 색을 “예쁜색”

 

회색이나 검은색 혹은 진한 갈색 같이 채도나 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색을 “미운색”이라고 구분해서 표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색에 대한 경험이 많아지면서(심지어 나는 미대출신이다)

 

각각의 색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같은 색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색과 함께 쓰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사람들을 색에 비유한다면 

 

어떤 이는 내가 어릴 때 “예쁜 색”이라고 구분했던 빨강이나 노랑, 분홍일수도 있고 


어떤 이는 “미운 색”이라고 구분했던 검정색, 회색, 진한 갈색 일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색들이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듯이 각자는 모두 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일게다.

 

혹시나 나하고 여러 면에서 어긋나고 잘 맞지 않아서 내게는 “진짜 미운색”같은 사람일지라도

 

다른 곳에서 다른 이들과는 잘 맞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나와 조화 되지 않는 사람일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나 나 자신이 모든 사람에게 “예쁜색”으로 인식될까?라는 질문에는 자신이 없다.

 

하여 나와 조금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터부시하고 미워해서는 안될 일인듯하다.

 

또한 지금 순전히 내 기준으로 “미운 사람예쁜 사람을 나누고 있다면 


색에 대한 경험이 미숙하듯이 


아직 인생에 대한 경험이 미숙한 것이 아닐지 진지하게 나 자신을 들여다 보아야 할 것 같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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