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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용한 수도원 밤 하늘 아래에서......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10 조회수1,802 추천수2 반대(0) 신고

 

아주 오랜만에 멀리 광주까지 수도원에 며칠 피정하러 오늘 오후에 왔습니다. 오전에 본당에서 미사 참례를 하고 두 시간 반 남짓 걸려서 왔습니다. 원래는 가능하면 오늘부터 제가 문을 두드린 수도원에서 한 달 피정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수도원 일정상 불가피하게 2주 후에 수도원에 가야 해서 마침 제가 잘 아는 신부님이 이태리에서 국내에 들어와 광주 수도원에 머물고 계신지라 신부님이 계신 곳에서 며칠 피정을 하며 신부님의 조언도 좀 듣고 해서 아무튼 수도생활을 잘 할 수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잠시 동안이라도 피정을 하며 기도를 하는 게 좋을 듯해 왔습니다.

 

다행히 원장 신부님께서 허락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원장 신부님께서도 잘 됐으면 하신다는 말씀을 신부님을 통해서 전해 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가고자 하는 수도원의 창립자 성인이 지금 광주 수도원 원장님과 세례명(영명)이 같습니다.

 

수도원에 지난번에 신부님을 천안에서 제가 광주수도원에 픽업해드릴 때 한번 방문해서 하루 묵고 갔지만 오늘 오면서 정말 신부님께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어머니 장례미사 때 이제 거의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기서 새벽에 출발하시어 거의 3시간을 손수 운전해오신 걸 다시 오면서 생각을 하니 정말 그 은혜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전날 인천에 계셨는데 밤차로 내려와 새벽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셨으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부님께서는 제가 그동안 성소를 많이 두드렸기 때문에 이번에 약간 희망적인 모습에 너무나도 놀라워하십니다. 그리고 제가 수도자가 될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주 기뻐하십니다. 꿈만 같다고 하십니다. 물론 같은 공동체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낮에 수도원과 가까운 식당에서 신부님과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형제님이 정말 성소가 있어서 수도원에서 성공만 한다면 이건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수도원에서도 처음 메일을 보냈을 때 나이 제한 때문에 힘들다고 통보를 했는데 이틀 만에 번복이 되는 일이 일어났으니까 말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신비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수도원에 문을 노크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며칠 동안 시골에서 생생한 노동체험을 하면서 영적인 체험을 한 게 사실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 체험은 신부님께는 개인적으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도 약간 뜨끔한 체험이라고 하셨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약간 그 내용을 말씀드리기가 조금 곤란한 점이 있어서 약간 아쉽기도 합니다. 저녁에 수사님들과 저녁기도를 한 시간 반 정도 같이 성무일도를 바친 후에 수도원에서 조용히 묵상을 해봤습니다. 주위에는 산과 풀 나무로만 둘러싸여 있는 곳입니다.

 

만약 그곳에 들어가게 된다면 이젠 거의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이런 자연들과 친구가 되어 남은 생애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곳 수도원은 관상 수도원이라 외부에 나갈 기회도 있지만 그곳은 지금까지 천년 동안 회칙 한 번 변경되지 않았다고 하니 순간 잘할 수가 있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엄습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선풍기 소리와 아주 작은 풀벌레 소리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소리 외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입니다,

 

앞으로 이런 침묵이 흐르는 공간과 환경에 잘 적응해야만이 절대고독과 친구가 될 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친구로 삼아야만이 수도원에서 마지막 생을 마칠 수가 있을 겁니다.

 

오늘 마산에서 광주까지 운전을 하면서 묵상을 한 게 하나 있습니다. 저의 앞으로 운명은 잘 모르지만 이 땅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의 모습을 묵상해봤습니다. 정말 한 분의 수도자, 성직자 이런 분들의 한 분, 한 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피부로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야 아주 늦은 나이에 기회가 주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세상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세상을 정리하려고 하는 게 생각보다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이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도자가 되려면 이른 나이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약간은 이해가 되는 면도 있습니다. 공동체 내부에 적응하는 문제를 별론으로 한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오늘 오후에 수도원에 도착 후에 신부님께서 최근에 관구장 신부님이 내신 책을 한 권 선물로 주셨습니다. 저녁기도 하러 가기 전까지 거의 삼분의 일 정도 읽었습니다. 내일 마저 다 읽어보려고 합니다.

 

영성에 관한 책이지만 책 서두에 신부님의 성소에 관한 일화를 언급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일화를 바탕으로 해서 영성에 대한 비유를 적절하게 설명하셨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소라는 것에 대해 잠시 묵상을 해봤습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묵상을 해봐야 되겠지만 성소라는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이지만 이 성소 또한 이 책에도 다른 곳에서 이와는 전혀 다른 설명을 한 것이지만 재미난 사실은 성소 또한 우리 모두가 다 다르듯이 그 사람만을 하느님께서 부르신다면 그 사람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하느님께서 부르신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거의 일반적인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신부님께서 외국에서 오랜 세월 이 분야 쪽으로 신학을 공부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좀 더 신부님의 말씀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도원에서 조금씩 읽고 나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간략하게 올려드리겠습니다. 책 제목은 영성, 하느님을 바라보다입니다. 윤주현 신부님이 저자이십니다. 오늘은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지어야 하겠습니다. 기도를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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