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13 조회수2,171 추천수13 반대(0)

코로나19로 유례없이 미사가 중단되었습니다.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미사를 재개하였지만 제가 있는 뉴욕은 여전히 공동체의 미사는 중단되고 있습니다. 단체 활동도 여전히 중단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당은 인터넷과 유튜브를 이용하여 본당 미사를 교우들이 볼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교우들도 본당 홈페이지나,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서 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초를 켜놓고 영상으로 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최선은 아니지만 주님의 말씀을 듣고, 사제의 강론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분도 있습니다. 여러 사제의 다양한 강론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분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쉬는 시간에 영상으로 미사를 보았다는 분도 있습니다. 미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분도 있고, 미사로 하루를 마감하는 분도 있습니다. ‘화중지병(畵中之餠)’이라는 말처럼 가장 아쉬운 것은 주님의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국처럼 미국도 공동체의 미사가 재개되어 주님의 성체를 모시는 온전한 미사참례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소설가 최인호(베드로) 선생님은 서울교구 주보를 통하여 말씀묵상을 나누었습니다. 깊은 성찰과 담백한 묵상은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저도 고인의 글을 읽으면서 영적인 도움을 받았습니다. 투병 중에 있던 고인은 어느 날 본당 신부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당 신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신부님 성체가 너무 고픕니다.” 본당 신부는 그렇게 애타게, 간절하게 성체를 모시려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최인호 선생님은 성체를 받아 모시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그렇게 애타게, 간절하게 주님의 성체를 모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듯이, 저는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당연하게 받아 모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유언과 같은 주님의 말씀을 너무나 습관적으로 형식적으로 말하였습니다.

 

바티칸 광장에서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는 수녀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식당이 문들 닫아서 음식을 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으니 구걸하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수녀님들은 그런 노숙인들을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스프를 끊이고, 밥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건강상태도 열악하고,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전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녀님은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노숙인을 자주 만나니, 노숙인이 거리의 어느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지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돌아가신 분의 몸을 염해드리는 수녀님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수녀님은 돌아가신 분을 예수님이라 생각하고 정성껏 모셨다고 합니다. 수녀님의 모습을 본 신자들은 자식들에게 수녀님께 염을 해 달라고 유언을 했다고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수녀님께서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성체성사의 신비를 삶으로 증언하는 분들이 있기에 교회는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우리는 2000년 동안 성체성사를 통해서 주님의 그 약속이, 주님의 그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신앙의 신비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빵은 하나이고, 우리 모두가 한 덩어리의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니 비록 우리가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인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 우리는 모두 한 몸을 이룬 다는 것을 믿는다면 지치고, 외롭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주님을 따르는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드시며 십자가의 구원을 길이 기념하도록 흠 없는 어린양이신 자신을 아버지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완전한 찬미의 제물로 봉헌하셨나이다. 주님께서는 이 큰 신비로 신자들을 기르시고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류를 하나의 신앙으로 비추시고 하나의 사랑으로 뭉쳐 주시나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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