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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야곱의 죽음[52]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37]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14 조회수1,779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52. 야곱의 죽음

 

아무튼 벤야민을 끝으로 야곱의 축복이 모두 끝난다. 이들이 모두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다. 이상은 그들의 아버지가 그들 각자에게 알맞은 복을 빌어 주면서 한 말이다. 이렇게 야곱의 축복은 그가 죽기 전에 내리는 신탁의 형식으로 주어졌지만, 그 실제 내용은 신명기 33장의 모세의 축복과 판관기 5장의 드보라와 바락의 노래처럼 이스라엘의 부족 전승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부족 전승의 내용은 다 각자의 특색이 있지만, 그 중에도 야곱의 축복은 각 부족의 특성을 동물과 식물과 자연환경의 특징에 비유하여, 다분히 세속적으로 각 지파의 역사적 삶을 두루 평가한다.

 

그런 다음 야곱이 아들들에게 분부하였다. 죽음을 바로 목전에 둔 그다, “나는 이제 선조들 곁으로 간다. 나를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의 밭에 있는 동굴에 조상들과 함께 묻어다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자식들에게 알린다. 젊어서부터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이가, 그의 죽음을 차분히 내다보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는 죽음으로 이 자리에서 저 자리로 떠남을 믿는다. 이는 그가 자신의 생의 마감인 임종을 먼저 가신 선친들 곁으로 장소를 옮겨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그는 가야만 한다. 선친들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가야만 한다. 떠나왔기에 돌아가야만 한다. 함께 이곳 이집트로 왔기에 먼저 가 기다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함께 온 후손들이 돌아오도록 그곳에서 기다려야만 한다.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 뜻으로 비록 이곳에 왔지만, 때가 되면 그들이 기다리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제 그때가 그에게는 온 것이다. 그래서 갈 곳을 자식들한테 분명히 일러주는 것이다. 거기에 가면 만날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들이 기다린단다.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꼭 기다리겠단다.

 

그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밝힌다. 죽음을 아직 생각하지 않는 자식들에게 언젠가 모두가 돌아가야 할 곳임을 알리려는 것이다. 나그네살이를 끝내고는 돌아가야 할 포근한 장소임을 미리 알리는 거다. “그 동굴은 가나안 땅 마므레 맞은쪽 막펠라 밭에 있는 것으로, 아브라함께서 그 밭을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에게서 묘지로 사 두셨다.” 우르를 떠나 나그네살이로 여생을 보내시면서, 언젠가 그때를 위해 마련한 장소란다. 그렇다. 그곳은 사라 할머니가 세상을 뜨셨을 때, 아브라함 할아버지가 성읍 사람들의 공증까지 받아 가면서 은 사백 세켈을 지불하고 사둔 곳이다(23,16).

 

사실 가나안 땅 마므레 맞은쪽 막펠라 밭의 동굴’, 이곳을 오래전에 아브라함 할아버지가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에게서 가족 묘지로 미리 장만해 놓으셨다. 할아버지는 이방인이며 거류민으로 객지에서 고생고생하시면서, 나름으로 죽어서 편안하게 묻힐 곳을 평소에도 마음에 여러 번이나 새기셨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사라 할머님이 백이십칠 세로 세상을 뜨셨을 때 초하르의 아들 에프론을 설득해 마련하였다. 그것도 마을 사람들이 함께한 공개적인 성문 입구 넓은 뜰에서.

 

이제 야곱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말을 자식들에게 남긴다. “그곳에 아브라함과 그분의 아내 사라 할머님도 잠드셨다. 그리고 내 아버지 이사악과 그분의 아내 내 어머니 레베카께서도 묻히셨다. 나도 레아를 그곳에 묻었다. 밭과 그 안에 있는 굴, 밭의 사방 경계 안에 있는 나무까지 다 히타이트 사람들에게서 산 것이다(23장 참조).” 야곱은 그곳에 그토록 사랑한 아내 라헬을 빼고는 묻힐 분은 다 거기에 안장되었단다. 외숙 라반의 맏딸 레아와 아버지 이사악은 그가 직접 안장했다. 그래서 그곳으로 자신을 보내 달라는 거다.

 

야곱은 이렇게 자기 아들들에게 분부하고 나서, 다리를 다시 침상 위로 올린 뒤, 숨을 거두고 선조들 곁으로 갔다. 참으로 편안한 죽음이다. 지금으로 치면 대단한 호상이다.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맞이한 죽음이다. 자식들한테도 하나같이 꼭 하고픈 말로 축복도 다 했다. 장지도 가나안으로 정해, 구체적 장소까지도 정확히 알려주었다. 맏이 르우벤에서 막내 벤야민까지, 먼저 간 아들 하나 없이 다 살아있다. 비록 몸은 이집트로 기근의 어려움을 피해 왔지만, 라헬이 낳아 준 요셉 때문에 나름으로 다들 고센에 정착해서 편안하게 지낸다.

 

이처럼 야곱은 그의 나이 백마흔일곱으로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상에 반듯이 누워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했다. 형 에사우의 발꿈치를 붙잡고 태어난 그는, 형의 장자권과 축복을 가로채면서 오랜 기간 고향을 떠나 하란에서 외숙 라반의 일을 도우면서 장장 이십 년을 나그네살이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는 가까스로 고향에 돌아왔던 그는, 혹독하고 심한 긴 기근으로 아들 요셉이 재상으로 있는 이집트로 이주를 해야만 했다. 다 하느님의 원대한 구원 계획의 뜻이었다. 가나안 지역은 여전히 아모리 족의 죄악이 다 차지 않았다.

 

야곱의 마지막 숨소리를 확인한 요셉은 아버지의 얼굴에 엎드려 울며 입을 맞추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야곱의 장례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죽음,에프론,백마흔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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