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17 조회수2,746 추천수14 반대(0)

사무실 앞에 작은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몇몇 분들의 도움으로 밭을 만들고, 퇴비를 주었습니다. 식탁에 오를 모종을 심었습니다. 사실 저는 모종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그때 알아 볼 것 같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매일 아침으로 텃밭에 물을 주는 것입니다. 날이 무더워지면 저녁에도 물을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매일 물을 주면서 예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1994년의 일입니다. 원장 수녀님은 성당 마당에 텃밭을 만들었고 치커리와 상추를 심었습니다. 사제관에도 나눠 주셨습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저도 텃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수녀님께서 제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물은 한낮에는 주지 마세요. 오히려 해롭습니다. 태양의 열기에 물이 곧 뜨거워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왕 물을 줄 때는 흥건하게 땅이 젖도록 주세요. 겉에만 물을 주면 태양의 열기에 곧 말라버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수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녀님과 저의 차이를 알았습니다. 수녀님은 물을 주면서 정성과 사랑을 함께 주었습니다. 저는 물을 주면서 그저 생색을 내려고 하였습니다. 요즘 물을 주면서 흥건하게 주고 있습니다. 물을 주면서 잘 자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텃밭의 채소들을 보면서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저의 마음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소중한 가르침을 주셨던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기도의 텃밭을 이야기하십니다. 제자들은 어떻게 기도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무엇을 청해야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한낮에 물을 주었던 저처럼 기도를 하지만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겉에만 물을 주었던 저처럼 형식적으로 기도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기도의 주체와 주제입니다. 먼저 기도는 나의 뜻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 나아가 나의 소망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도는 철저하게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의 거룩함이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오니,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흥건하게 물을 주어야 한낮의 열기에도 줄기가 꺾이지 않습니다. 잎이 메마르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먼저 이웃의 잘못을 용서해야 합니다. 원망과 미움이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는 기도를 하기 어렵습니다. 불평과 불만이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나는 기도를 하기 어렵습니다. 용서는 누군가를 위해서 나의 것을 주는 행위입니다. 내가 먼저 줄 때, 나 역시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씩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자비하신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해 주십니다. 용서는 모든 기도의 시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재능이 많은 사람도, 배움이 많은 사람도, 수양이 깊은 사람도, 성직자도, 수도자도, 성실한 사람도 유혹의 바람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느님께 청해야 합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됩니다. 어려움이 없어지기를 기도하기 전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청하는 기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 나가듯이,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우리는 살면서 고난과 역경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고, 유혹에 빠지지 말며, 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용서하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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