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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18 조회수2,372 추천수13 반대(0)

비가 그친 날 오후였습니다. 산책길에 새를 보았습니다. 새는 지렁이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새는 지렁이를 몇 토막 냈습니다. 그리고 처마 밑에 있는 둥지로 날아갔습니다. 둥지에는 어미 새를 기다리던 아기 새들이 있었습니다. 어미 새는 토막 낸 지렁이를 남김없이 나눠주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였지만 먹이를 주는 어미 새를 직접 보았습니다. 처마 밑에 있는 둥지는 안전해 보였습니다. 비를 맞을 일도 없었습니다. 서남향으로 지어졌습니다. 손도 없는 새가 부리로만 지푸라기와 나뭇가지를 모아 아기 새를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언젠가 아기 새들은 둥지를 나와서 자신들만의 세상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세상 모든 새는 이렇게 어미 새의 보살핌을 받으며 날 수 있었습니다. 잠시의 시간이었지만 어미 새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예수 성심 대축일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5년 예수 성심 대축일에 사제성화의 날을 지내도록 권고하였습니다. 한국 교회는 매년 예수 성심 대축일을 사제 성화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모여서 하루 피정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강의를 듣고, 고백성사를 보고, 은경축을 맞은 사제들을 축하합니다. 무엇보다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고자 다짐하는 날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먼저 하느님께 대한 순종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겟세마니 동산에서 하신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모든 사제는 예수님의 순종을 배워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지금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 되었습니까?” 율법학자는 강도당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에게 당신도 가서 그렇게 하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산상수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가난한 이,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이, 자비를 베푸는 이, 슬퍼하는 이, 평화를 베푸는 이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온 아들의 비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잔치를 베풀어라. 죽었던 아들이 돌아왔다. 송아지를 잡자.” 잘못한 이를 용서하는 것이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모든 사제는 예수님의 자비하심을 배워야 합니다.

 

겸손과 희생의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왔습니다.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야 합니다. 여우도 집이 있고, 참새도 새끼 두는 둥지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습니다. 누가 오른 뺨을 때리면 왼 뺨마저 내어 주십시오. 겉옷을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속옷까지 내어 주십시오.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하셨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셨고, 죽으셨지만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모든 사제는 예수님의 겸손과 희생을 배워야 합니다.

 

2001년 사제성화의 날이었습니다. 경기지역 사제들은 의정부 성당에 모여서 하루 피정을 하였습니다. 지구장 신부님이 제게 체험사례 발표를 부탁하였습니다. 사제가 사제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무척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선배들은 제가 살아온 날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료들은 저의 허물과 실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배 사제들은 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중하게 거절하였습니다. 지구장 신부님은 사목 체험을 편하게 이야기 하면 좋다고 하였습니다. 약간의 강사료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본당에서 있었던 사목체험을 기쁜 마음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하듯이, 저의 발표는 교구청에도 전해졌고, 다음 인사이동 때 저는 교구청 사목국에서 교육담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사제성화의 날 발표는 그 뒤로 저의 사제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해외 연수를 갈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고, 다시금 교구청에서 일하기도 했고, 지금은 미주가톨릭평화신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사제성화의 날입니다. 오늘 하루 피정하는 마음으로 지내려고 합니다. 모든 사제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닮을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그 속에서 생명의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오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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