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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25 - "빈센트 반 고호"를 만나다 上 (오베르 쉬르 우아즈/프랑스)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20 조회수1,737 추천수3 반대(0) 신고

"빈센트 반 고호"를 만나다

 

프랑스 사람들도 발음 하기 어렵다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작은 마을로 

순전히 화가 “빈센트 반 고호”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다

그가 생을 마감하기 전마지막으로 머물던 마을이며 

그래서 “까마귀가 나는 밀밭” “오베르 성당”등 그의 마지막 작품들의 배경이 된 곳이고 

그와 그의 동생 “테호 반 고호”가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빈센트와 관련된 마을이라는 이유 이외에 

특별한 유적이나 경치가 유달리 예쁘다든지 하는 관심을 끌만한 볼거리가 있지도 않고 

또한 '파리'에서 가자면 그리 멀지는 않지만 

열차를 한번 갈아 타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찾아갈 이유가 없는 곳으로 

특히나 시간과 비용에 여유가 없는 여행자들이라면 더더욱 찾아갈 이유가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비용에 여유가 없는 내가 그곳에 간 것은 

당연히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빈센트 반 고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중학교 때인 것 같지만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고 

확실한 것은 고등학교때는 이미 그의 그림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의 그림은 어린 내가 감상하기에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너무 쉽지도 않은, 그러면서 적당히 독특”해서 

한창 감수성 풍부했었을 사춘기 시기의 나의 미적 호기심이나 미적 허영심을 충족시켜줬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빈센트의 삶이나 그의 미술사적인 위치 등을 전혀 모르고 순전히 그의 그림을 좋아했었지만 

차차 그의 인생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또한 미술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를 알게 되면서 

그의 그림뿐만이 아니라 “인간 빈센트”에 대한 연민과 함께 더욱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순수 미술을 하는 화가들은 배가 고프고, 특히나 옛날에는 더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100% 맞는 말도 아니다

빈센트처럼 살아 생전 어렵게 생활한 화가들도 있지만 

그와 같은 시기에 활동하던 화가 중에는 나름 잘 나 가던 사람도 있었고 

더 나중이긴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피카소같은 경우에는 

살아 생전에도 (조금 과장을 하자면)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었다.

빈센트가 인생을 어렵게 살다 간 것은 

당시에 화가로서 인정을 못 받은 것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갈등 

리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컸겠지만 그것이 그를 힘들게 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빈센트가 정신병을 앓았고 결국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자살이 아니라는 주장도 꽤있다

정신병이라는 것이 지금도 그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니 

하물며 이미 세상에 없는 그가 정신병에 걸린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남긴 편지나 글, 그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등을 통해서 유추해 내야 하기에 

그것에 대한 “설”이 아주 많다

그 여러가지 설중 한가지는 내 대학 시절 빈센트에게 관심이 많은 교수님으로부터 미술사시간에 들은 것으로

대충의 내용은 이렇다,


빈센트는 목사가 되려고 했지만 목사가 되지 못한 채 일단 탄광촌의 전도사로 가게 된다

그곳으로 가게 된 것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가난한 이와 함께 하고 싶어 했기에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는 탄광촌 가난한 사람들의 힘겨운 삶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는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 그곳을 떠나게 된다

이후로 그는 탄광촌 사람들을 버려두고 떠나왔다는 죄책감을 평생 짊어지고 살았고 

그러한 양심의 고통이 그의 정신병에 큰 영향을 미쳤을것이다


그는 그만큼 깨끗한 양심과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빈센트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에 국한 된것이니라

그것을 포함한 더 넓은 의미의 사회 부조리에 대한 거부와 

그로 인해 희생당하는 소외된 사람들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며 

그 속에서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종교가 올바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과 

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에 힘들어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더욱 그림에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의 고통과 방황의 원인은 개인적인 예술, 빈곤,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역할에 대한 무력감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를 못 견디어 했던 그의 깨끗한 양심과 순수한 영혼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믿고 싶다.

 

오베르 기차역


  

라부 여인숙 - 2층이 빈센트의 기념관이다


 

마을 공동 묘지로 가는 언덕


빈센트와 태오가 잠들어 있는 마을 공동묘지


 

빈센트와 태오의 무덤 - 한글 "사랑해요"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온다


 

내가 파리를 여행했던 시기는 4월이었는데 예전 같으면 꽃들이 만발하고 온화한 봄 날씨였었겠지만 

그 해에는 이상 기후 때문이었는지 여전히 겨울의 끝자락을 벗어 나지 못한 듯한 쌀쌀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특히나 아침부터 흐려있던 날씨가 오베르역에 내렸을 때는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듯이 하늘에는 먹구름이 온통 두껍게 덮여있어 쌀쌀한 기온과 함께 을씨년스러웠다 

게다가 아무리 작은 마을이고 관광객이 없다고 쳐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반나절 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주친 사람들이라곤 마을 공동 묘지에서 만난 몇 명뿐이었고 

지금은 기념관으로 꾸며져 있는 고호가 하숙을 했던 라부 여인숙에서도 방문객이라고는 오직 나 혼자 뿐이었다

이런 날씨와 마을 분위기는 빈센트의 우울했던 인생사와 겹쳐지며 

오베르를 돌아다니는 내내 나의 마음까지도 우울하게 만들었다.

 

빈센트의 무덤은 마을 뒤 편 언덕 위 공동묘지에 있는데 

원래는 혼자였지만 현재는 그의 '영혼의 동반자'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친동생 태오 반 고호와 나란히 함께 있다

빈센트가 생을 마감한 후 동생도 그 충격으로 정신병을 앓다 자살해 고향 네덜란드의 묻혔지만 

둘의 깊은 관계를 잘 알고 있던 태오의 부인이 남편의 시신을 빈센트의 옆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의 비석 앞에 한글로 된 카드가 놓여있는 것을 보니 한국 사람이 다녀간 모양이다

라부 여인숙 기념관에 갔을 때 그곳을 지키고 있던 여자분이 

유난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며 한국 사람들이 빈센트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던 것이 생각난다

솔직히 그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었고 

연하게 한국인의 정서와 공감되는 감성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을 했지만 

한국인의 정서를 짧은 내 영어 실력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그냥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한국을, 혹은 한국인을 대표하는 정서가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라고 할테지만

이라는 것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막상 말이나 글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은 수업시간에 발표를 준비하며 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사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 외국 학자는 

어렵고 고통스럽고 억눌린 현실의 상황과 경험이 내부로 쌓여 마침내 변혁의 힘으로 승화되는 것

이라고 정의定義 내렸다.

이 것이 올바르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떠나 

개인적으로 이라는 정서는 패배적이고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렇게 정의한 것을 보고 다소 놀라웠다

일제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세대들이특히 당시 여성으로서 억눌리고 차별 받던 어머니들이 

자신들이 겪었던 "한 맻힌" 가난과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자식들에게만은 물려주지 않고자 

악착같이노력했던 것을 보면 변혁의 힘으로 승화 되는 것이라는 정의를 쉽게 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면 빈센트도 어렵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상황과 경험을 그림으로 승화 시킨 것이기에 

그의 그림에서 우리 한국사람들의 의 정서가 느껴지는 것일 지도 모르고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그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10, 20, 30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마을 풍경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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