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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둘째 형수님이 찾아와 우셨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12 조회수2,350 추천수1 반대(1) 신고

 

어제 토요일 둘째 형수님이 찾아오셨다. 형수는 초등 2학년 때 시집을 와서 어려서 방학 때에는 형수님 댁에서 오랫동안 생활도 하고 다른 형수와는 달리 시동생과의 관계이지만 사이가 각별했다. 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수도원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에 늦게까지 이 문제로 힘들어 했었다. 

 

댁에 가셔서도 나의 이 문제로 형수님은 밤새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시동생이지만 아들 같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형수님이 낮에 찾아오셨다. 형님이랑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라고 하셨다. 나로 인해서 형수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셨다. 형수는 이 길을 가는 게 너무나도 가슴 아프다고 하셨다.

 

마침 작년에 방송을 보셨던 모양이다. 내가 공교롭게도 그곳에서 남은 삶을 산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우시면서 말리시는데 참 나도 가슴이 많이 아팠다. 왜 그런 고통을 굳이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형수는 그런 곳에 있는 분들은 믿음으로 젊은 시절부터 했기에 그런 고행도 가능하지만 대름은 성당에 나간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런 삶을 살 수가 있겠느냐고 하시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진지하게 해봐라고 하셨다.

 

가족들이랑 왕래라도 가능해도 뭐한데 한번 들어가면 거의 가족과는 인연은 끝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대름을 그런 곳에 간다고 해서 잘 가라고 할 수가 있겠느냐고 애원을 하며 말을 하셨다. 두 시간 이상 찻집에서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헤어진 후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그곳에서의 삶을 잘 마무리해서 그곳에서 생을 잘 마친다면 모를까 중간에 어떤 이유로 인해 도중에 수도원을 나오게 될 수도 있고 사람의 앞일은 모르기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서 단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런 마음을 먹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복음에도 나오고 수도원 회헌에도 방송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나를 따르는 사람은 모든 걸 버려야 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인간적으로 보면 그 삶은 스스로 고행을 자처하는 삶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 아니라도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에 굳이 나 자신이 그 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도 있다.

 

앞으로 나의 삶이 얼마나 남은지는 모르지만 지금 백 세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인간다운 삶을 사는 평균수명을 봤을 때 대략 80이라고 봐도 앞으로 30년 세월이 남았다. 30년의 삶은 길다면 길 수가 있고 짧다면 짧을 수가 있다.

 

사실 30년의 삶이 남았다고 해도 지나고 보면 그 세월은 금방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평범하게 편안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기 때문에 없다고는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믿음이 대단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인간적으로는 가족들이 마음 아파하는 것으로 이 길을 단념한다면 나 자신이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예수님이 가신 그 길을 흉내라도 내보며 가보겠다고 하는 결심이 흔들리는 모습에 참으로 예수님을 뵐 면목이 없다.

 

비록 나약하고 허물 많고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원래 마음먹은 대로 이 길을 가야 되겠다고 다시 결심을 굳혔다. 이 길을 끝까지 잘 완주할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이런 고뇌를 무수히 많이 하면서 결심을 했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아신다면 그 생활이 고행의 삶이 되어 견디기 힘들어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비록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런 마음을 가상하게 여기시여 이길 수 있는 은총을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이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픈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런 고통도 하느님께 봉헌해야 그나마 최소한의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가슴 아픈 이 맘을 하느님께 봉헌해서 나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혼과 더 나아가 세상에 있는 영혼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쳐서 영혼을 구하게 된다면 그 길이 힘들고 고난의 가시밭길이 된다고 해도, 눈물이 나는 길이라도 가야 할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 하느님께 해드리는 최상의 보속일 거라고 생각하며 이런 마음으로 간다면 적어도 하느님께서 나의 부모님의 영혼은 아들의 보속으로 인해 구원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믿지 않은 아버지,

대세를 받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혼을 위해서라도 그냥 인간적인 생각은 포기하고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분이 가신 삶의 길을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닮으려고 해야 나중에 제대로 성모님과 예수님을 뵐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초라한 음식을 먹고 고단한 생활이라고 하지만 예수님의 십자가를 작은 힘이나마 같이 지고 가는 아들이 되어 드리고 싶다. 시동생을 생각하고 걱정해주시는 형수님의 마음은 정말 인간적으로 감사한 일이다. 형수님께 그 고마움을 전하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을 확고하게 문자로 알려드릴 생각이다.

 

언젠가는 나의 이런 희생으로 모든 가족이 믿는 가족으로 하느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은총을 주신다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일 것이다. 만약 나 자신이 이 길을 잘 가게 된다면 형제들에게도 하느님을 믿을 수 있는 회개의 은총을 반드시 주실 거라고 확신을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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