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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 정 [家庭]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16 조회수2,125 추천수0 반대(0) 신고

가 정 [家庭]

지상[地上]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玄關]에는

아니 들 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詩人]의

가정[家庭]에는

알전등[電燈]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微少]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地上]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屈辱]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十九文半]이 왔다.

아니 지상[地上]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存在]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박목월 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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