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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모세가 미디안을 떠나 이집트로[13] / 이집트 체류[1] / 탈출기[1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16 조회수2,120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3. 모세가 미디안을 떠나 이집트로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피하려고 온갖 변명을 다 늘어놓고 따지기도 하였지만, 결국은 그분의 확고한 소명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장인 이트로에게 돌아가서 말하였다. “저는 이제 저는 이곳을 떠나야겠습니다. 이집트에 있는 저의 친척들에게 돌아가서, 그들이 아직도 살아 계신지를 알아보아야겠습니다.” 그러자 이트로가 모세에게 그러면, 평안히 가게.” 하고 말하였다.

 

이렇게 모세는 장인에게 하느님의 소명을 수행하고자 이집트로 돌아가는 그 진정한 사유를 굳이 밝히지는 않는다. 이는 아마도 그의 말대로 이집트에 있는 친척들을 잠시 만나 본 뒤에 다시 이곳 미디안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장인이 믿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장인 이트로도 사십 년이나 함께 한 사위와의 그 긴 기간의 정을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이별의 정확한 사연을 더 이상 캐묻지 않는다. 아마도 이트로는 하느님을 만난 사위 모세의 눈길에서 의연히 타오르는 그 어떤 눈빛을 충분히 감지했나 보다.

 

사실 이트로도 부모 심정에서 딸자식을 딸려 멀리 떠나보내는 아픔은 물론, 귀엽게 재롱떨며 자라는 손자들을 더 이상 못 보는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길이 아마도 없었을 게다. 그렇지만 그는 사위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세도 더는 미디안에 머물 수 없는 처지이다. 더구나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장인에게 건넬 입장도 아니다. 이렇게 모세는 하느님의 산 호렙에서 어렵게 받은 하느님의 소명을, 형 아론과 수행하기 위해 미디안을 완전히 떠날 수밖에.

 

주님께서 미디안에서 또다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이집트로 돌아가거라. 네 목숨을 노리던 사람들이 모두 다 죽었다.” 그래서 모세는 아내와 아들들을 데려다 나귀에 태워 이집트 땅으로 돌아간다. 모세가 동포 히브리 사람을 때리는 이집트 사람 하나를 살해하고 그것이 드러날 일이 두려워, 이집트를 떠나 이곳 미디안에서 도피 생활을 한 지가 어언 만 사십 년째다. 그리고 그의 두 아들은 이트로의 딸 치포라가 낳아준 게르솜과 엘리에제르이다(18,3-4).

 

이집트로 돌아가는 모세는 손에 하느님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오랜 기간 목자로 사용한 지팡이였지만, 이제는 하느님의 지팡이로 불린다. 이유는 그 지팡이에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하느님의 성스러운 힘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모세가 든 그 지팡이는 하느님의 권위가 실린 모습도 내비칠 게다. 땅에 던지면 뱀이 되기도 하고, 물에 담그면 그 물이 피로 변하게 만들 지팡이를 모세는 이제 당당히 손에 들고 파라오를 만날 것이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집트로 돌아가거든, 내가 네 손에 쥐여 준 그 모든 기적을 명심하여 파라오 앞에서 일으켜라. 그러나 나는 그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여 내 백성을 내보내지 않게 하겠다.” 아무튼 파라오의 이 완고함은 하느님께서 이집트에 내릴 여러 재앙 때마다 되풀이 될 게다. 그렇지만 이 완고함의 원인은 주님이시다. 하느님의 절대적인 힘을 상징하는 이것은, 재앙이 끝나고도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무사히 건널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사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집트로 돌아가거든 기적을 일으키도록 그 방법까지 손수 알려주시면서, 파라오의 마음을 되레 완고하게 하여 당신 백성을 내보내지 않게 하겠다는 속셈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약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진정으로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원하시려면, 파라오의 마음을 오히려 부드럽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분께서는 어쩌면 정반대로 하시는 것만 같다.

 

이는 사랑뿐이신 질투의 하느님께서 고도의 수법을 쓰시는 것일 수도. 만약 하느님께서 파라오를 완고하게 움직여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지 않을수록 모세는 형 아론과 함께 더 많이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 보이는 기적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하여 파라오는 끝내 무한한 하느님의 힘에 굴복하여,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낼 게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그 많은 권능을 드러내면서 당신 백성을 파라오의 손에서 구출해내면, 파라오는 물론 이스라엘 백성이 당신을 확실히 믿게 만들려는 의도이리라.

 

하느님께서 마지막으로 모세에게 또 당부한다. “그러면 너는 주님께서 이렇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하고, 파라오에게 말하여라. ‘이스라엘 백성은 내가 뽑은 나의 유일한 맏아들이다. 내가 너에게 내 아들을 이곳에서 사흘 길을 광야로 내보내어 나를 위해 예배하게 하라고 말하였건만, 너는 끝내 완곡한 마음으로 거부하며 그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 내가 어쩔 수 없이 너의 맏아들을 죽이겠다.’”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의 맏아들로 부른 이 아름다운 표현이 과연 어디에 또 있을까? 참으로 하느님의 심오하고 은총에 찬 말씀이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예배하고 섬기도록 부름 받았다. 그렇지만 파라오가 이를 못하도록 방해하면, 이는 바로 하느님께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리하여 파라오가 끝내 하느님의 권능에 도전하여 맏아들인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지 않으면, 결국은 파라오의 맏아들마저 죽이겠다는 하느님의 준엄한 경고이다.

 

모세는 파라오에게 전할 하느님의 이 준엄한 말씀을 지니고 이집트로 길을 가다가 어떤 곳에서 밤을 지내게 되었다.[계속]

 

[참조] : 이어서 '할례 받은 모세의 아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이트로,지팡이,완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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