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천사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신과

일치를 이루고 있는 사람을 일컬어

진실하다고 한다.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을 가리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로군.

거짓 없는 사람이지"

(요한 1, 47) 하신다.

그는 남들의 평가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진실에 따라 사는 사람이다.

권모나 술수,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을 더 잘 알릴 수 있을지를

궁리하는 따위는 관심조차 없다.

그는 자기 자신과의 일치 안에서

순박하게 살아간다.

자기가 생각한 바를 말하고,

자기 가슴에서 느끼는 대로 행동한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보면

언제나 무슨 일이 있는지를 안다.

그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가 그를 어떻게 인식할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진실한 사람은 언제라도 자유롭다.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진실을 피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음속의 실상과 맞서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은 고요하게 있어야 할 때가 오면

혼란에 빠진다.

불쑥 마음속에 어떤 불쾌한 모습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길을

피해 가는 데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언제나 불안하게

자신을 몰아대며 허둥댄다.

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상황은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는 순간,

그래서 자신의 진실이 드러날지도

모르는 그런 순간이다.

자신의 진실을 피하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숨기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할지 곰곰히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정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그의 심리 구조나

억압된 충동, 콤플렉스에 관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골치가

아프도록 골똘히 생각한다.

그리스어로는 진실을 "알레테이아"

aletheia라고 부르는데,

존재의 감추어진 부분을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베일은 벗겨지고,

그리하여 우리는 본래의 실상인

존재를 보게 되는 것이다.

진실하게 사는 사람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으며,

자기의 참된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진실 천사는 늘 거듭 그대가

자기 본래의 실상에 눈뜨기를 바란다.

그는 모든 것을 덮고 있던 베일을

치워버린 다음 그대가 모든 것을

바라볼 때 쓰던 안경을 벗긴다.

아마도 그대는 모든 것을 변조하는

검은 안경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대 눈에는

부정적인 것만 보이는 것이다.

아니면 빨간 장밋빛 안경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과 그들의 문제들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대는 더 편안하게 살기 위해

무엇인가를 자꾸 가장하여 내어 놓지만,

진실 천사는 실상을 가로 막는

온갖 안경을 벗기고

본래의 것을 보여준다.

"하느님이 당신 천사를 영혼에게

보내신다면 영혼은 참된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 라고

마이스터 엑크하르트는 기록하고 있다.

진실한 사람은 우리로 하여금

자기 마음속의 진실과 맞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진실한 사람 가까이에서 우리는 자신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자신을 숨기지 않는 것,

우리 자신의 진실을 드러낼 용기를 내는 것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시자 부정한 영들,

즉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하고 악의에 찬

감정으로 사람을 더럽히는 어두운

상념들은 자신을 숨길 수 없었다.

곧 예수의 말씀에 의해 세상에 밝히 드러났다.

마르코는 이것을 묘사하여 예수께서 회당에서

첫번째로 설교하실 때 한 남자 안에 있던

더러운 영이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그는 이제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말로

자신을 숨길 수 없음을 감지하고

진실과 맞서야 했다.

즉 맹렬한 기세로 그 남자에게서 뛰어나와야 했고

그를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게 해야 했다.

(마르 1, 23이하 참조)

예수의 진실은 진리를 가로막고

위조하는 더러운 영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킨다.

그들은 치유되어 순수하고 진실한 인간이 된다.

진실 천사의 도움으로 그대가 온전히 그대의

본질 그대로 존재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그대 주변 사람들을 진리에로

해방시킬 수 있도록 진실은 또한

대상과 인식의 일치 사건과 지력知力의

일치라는 의미도 있다.

그대가 철저히 그대 자신과 일치하고

그대 삶의 실상과 일치하기를.

「올해 만날 50 천사」에서

-안셀름 그륀 지음-

서명옥 옮김/분도출판사 펴냄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