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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21 조회수2,483 추천수12 반대(0)

우연히 인지심리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주제는 메타인지(Metacognition)'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체스, 장기, 바둑과 같은 게임에서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인공지능이 인간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할 거라고 합니다. 지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임금인상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주식을 분석하고, 인공지능이 변호를 하고, 인공지능이 요양원에서 일하고,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합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점은 메타인식이라고 합니다. 아는 것을 찾는 것은 인공지능이 앞설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앞설 거라고 합니다. 인간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쉽게 인식하는데 그것을 메타인식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은 아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검색하고 나서야 아는지 모르는지 구분하기 때문입니다.

 

과테말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의 이름을 묻는다면 우리는 1초도 안 돼서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관심도 없고, 모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수상 이름을 묻는다면 우리는 잠시 생각할 것입니다. 저도 처칠 수상과 대처 수상은 알지만 지금 수상은 긴가민가합니다. 지난번에 코로나19에 걸렸던 수상의 이름이 존슨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관심이 있는 부분은 알고, 알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쉽게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공지능은 관심의 여부와 상관없이 질문에 대답을 하기 때문에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는 하느님나라의 신비를 똑똑하다는 사람, 잘난 사람에게는 감추셨습니다. 오히려 철부지와 같은 어린아이들에게 하느님나라의 신비를 드러내셨습니다.” 인간이 위대하다면 모든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라면 인공지능은 인간을 따라올 수 없을 것입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을 겸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것처럼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라고 하셨습니다. 교만한 사람은 아는 것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도 안다고 이야기합니다.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겸손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 안에서 겸손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진정한 겸손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아담의 죄는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교만함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알았지만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겸손함으로 인류를 구원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모든 것을 알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겸손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왔다고 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꼴찌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은 어리석은 것 같았지만 그 죽음이 부활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마리아 막달레나를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막달레나는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일 수도 있고,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일 수도 있고, 오랜 동안 하혈을 하던 여인일 수도 있고, 일곱 마귀가 들렸던 여인일 수도 있고, 부정한 행위를 한 후에 잡혀온 여인일 수도 있습니다. 성서가 전해주는 막달레나는 어둠 속에 있었습니다. 죄 중에 있었습니다. 고통 중에 있었습니다. 세상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막달레나는 지금 우리들 자신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들 역시 나약하고, 부족하고, 쉽게 넘어지고, 원망과 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막달레나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께 대한 갈망입니다. 그것은 주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이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다음 날 무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똑똑하고, 받은 것 많았던 제자들은 두려움에 숨어 지낼 때, 막달레나는 주님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능력과 재능은 부수적인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 열정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연도를 할 때, 성인호칭기도를 합니다. 천상의 성인들의 도움으로 세상을 떠난 영혼이 영원한 생명에로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제 세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먼 여행을 떠나는 영혼에게 천상의 모든 성인들이 먼 여정의 길동무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용서, 사랑, 자비, 이해의 마음으로 부르면 우리들 또한 그렇게 변화 될 것입니다. 나는 내가 만나는 이웃들을 어떤 마음으로 부르고 있는지 생각했으면 합니다. 사랑은 결심입니다. 오늘 우리의 사랑을 가족들에게, 이웃들에게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아침 일찍 성당에 오셔서 기도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마치 시메온과 안나처럼 언제나 삶의 중심은 하느님이신 분들입니다. 시메온과 안나가 주님을 뵙고 축복의 인사를 드렸던 것처럼 아침 일찍 성당에 오셔서 기도하시는 분들은 가장 먼저 주님을 만나십니다.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뿌니!’ 하고 불렀다. 이는 스승님!’이라는 뜻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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