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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파라오의 완고함[16] / 이집트 체류[1] / 탈출기[16]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22 조회수2,040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6. 파라오의 완고함

 

그 뒤 모세와 아론이 파라오에게 나아가서 첫 대면하여 과감하게 말하였다. “주 이스라엘의 야훼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백성을 내보내어 그들이 광야에서 나를 위하여 축제를 지내게 하여라.’” 모세는 예언자와 같은 모습이다. 거듭 언급하지만, 예언자는 하느님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심부름꾼이다. 그러나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모두 전하지 않는다. 대뜸 제사 대신 축제를 지내러 간다나. 그리고 사흘 길이란 것도 없다.

 

이렇게 그가 파라오에게 처음부터 강력히 요구한 것은 야훼 하느님의 명령을 쫓아 종교적 순례의 길을 나설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이다. 이처럼 모세가 하느님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사흘 길의 거리나 제사를 언급하면 파라오의 심적 부담을 줄일 의도일 수도 있었을 게다. 아무튼 이에 대해서 파라오가 대답하였다. “그 주님이 누구이기에 그의 말을 듣고 내가 너희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라는 것이냐? 나는 그 주님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이스라엘 백성을 결코 광야로 내보내지도 않겠다.”

 

파라오는 야훼가 뭔데 감히 태양신의 아들인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냐?’라며 불쾌한 그의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나아가 그는 야훼라는 하느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으며 그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들이 다시 말하였다. “히브리인들의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광야로 사흘 길을 걸어가, 주 저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시면 그분께서 흑사병이나 칼로 저희를 덮치실 것입니다.”

 

파라오가 야훼를 알지 못한다고 하자, 모세는 바로 히브리인의 하느님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광야로 나아가 그분께 제사를 드리지 않으면, 그 하느님의 보복을 받아 히브리인들은 병에 걸리거나 전쟁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넌지시 파라오를 위협한다. 종교 행사를 행하는 동안 이 못한 손실보다 오히려 더 많은 손실을 입을 수 있으니, 어서 광야로 나아가게 해 달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 땅으로 이참에 아예 인도하실 작정이셨을 게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시켜 파라오에게 이야기하기로는, ‘광야로 사흘 길을 걸어가서 주 저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라고 하신다. 왜 처음부터 애초 계획대로 단도 입적으로 말하지 않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하느님께서는 파라오에게는 사흘 길거리를 거짓으로 알리고는, 가나안 땅으로 바로 인도하실 계획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정의로운 하느님께서는 비록 오만한 파라오를 속이시려고 거짓말을 하였단 말인가?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결단코 거짓말을 하실 분이 아니시다. 그분께서는 파라오가 모세의 청을 들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다. 아니 하느님께서 당신 영광을 드러내시고자 파라오를 완고하게 만드실 의도였다. 만에 하나 파라오의 자유의지로 그가 백성을 그냥 가도록 내버려 두었다면, 그다음 계획인 젖과 꿀의 곳으로 가는 다시 모세를 시켜 말하게 했을 게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명하는 이가 따르지 않을 것을 아시는 일을 시키실 때도, 거짓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하느님의 목적은 언제 어디서나 과정에서의 공정한 판단을 얻으시고자 단계를 밟아 가실 것이다. 정의로운 하느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이는 누가 뭐래도 교만이 넘치는 이일 게다. 스스로가 자만에 빠져 높아지려는 이 일수도. 그러면 그분께서는 그 교만과 자만을 철저히 끌어내려서라도 당신의 계획에 공정을 부여하실 것이다.

 

새 도시를 짓고 있던 파라오는 히브리인 노예들을 쉽사리 해방해 줄 리 없었다. 처음부터 예상한 그대로다. 그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어조로 비웃으며 모세와 아론을 교활하게 다잡으려 한다. 파라오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모세와 아론, 너희는 어찌하여 백성이 일을 하지 않도록 부추기느냐? 너희 일터로 돌아가라.” 그가 또 한 수 더 떠서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제 이 땅의 내 백성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는데도, 너희는 그들이 일을 그만두게 하려는구나!”

 

파라오는 그날로 이스라엘 백성을 부리는 작업 감독들과 조장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는 벽돌을 만드는 데 쓰는 짚을 더 이상 예전처럼 저 백성에게 대 주지 마라. 그들이 직접 가서 짚을 모아 오게 하여라. 그러나 벽돌 생산량은 그들이 예전에 만들던 것만큼 그들에게 지워라. 그 양을 결코 줄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게을러져, ‘가서 저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며 아우성치고 있다. 그자들의 일을 더 힘들게 하여라. 그러면 그들이 일만 하느라 허튼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될 것이다.”

 

이에 그 백성의 작업 감독들과 조장들이 물러가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파라오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에게 더 이상 짚을 대 주지 않겠다. 직접 가서, 너희가 쓸 짚을 어디서든 찾아 가져와라. 그러나 너희의 일을 조금도 줄여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온 이집트 땅에 흩어져, 벽돌 짚으로 쓸 지푸라기를 모아 왔다. 당시만 해도 이집트에서는 추수할 때에, 이삭만 떨어내고 줄기는 그대로 두었다. 그리하여 작업 감독들은 너희는 짚이 있을 때와 다름없이 그날 일은 그날로 마쳐라.” 하며 더 다그쳤다.

 

사실 흙벽돌을 만드는 데 짚은 매우 중요하다. 흙과 버무려진 짚이 그 속에서 썩으면서 내놓는 식물성 소재가 벽돌을 단단하게 하고 모양새를 갖추게 하기 때문이다. 짚을 넣지 않으면 벽돌은 쉽게 금이 가면 일그러진다. 이러니 짚을 직접 구해서 벽돌을 만들려니 자연 제 수량을 만들지 못할 수밖에. 그래서 파라오가 지명한 이집트의 작업 감독들은 자기들이 세운 이스라엘 자손들의 조장들에게, “너희는 어째서 정해진 벽돌 양을 어제도 오늘도 예전처럼 채우지 못하느냐?” 하면서 그들을 심하게 때렸다.

 

파라오의 완고함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지금까지는 대 주던 짚을 직접 모아 와 벽돌을 만들다 보니 자연 정해진 양을 채우지 못하게 되자, 불평불만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조장들의 항의와 불평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완고,예언자,사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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