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야고보 사도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24 조회수2,320 추천수11 반대(0)

1993년입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오신 본당 신부님과 보좌 신부로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온화함과 배려로 저를 따듯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저의 실수를 나무라거나 탓하기 전에 기다려 주셨고, 이해해 주셨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신부님과 함께 동네 산책을 하였습니다. 교우분들도 함께 산책하는 저희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수도자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셨고, 사목의 동반자로 함께 하셨습니다. 중요한 결정은 사목회장님과 미리 상의를 하셨고, 저녁이면 묵주를 들고 성당 마당을 걸으셨습니다. 아쉽게도 신부님은 신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신학교로 가셨지만, 제게는 영적으로, 사목적으로 많은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가끔 안타가운 소리를 듣곤 합니다.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에 대한 소리입니다. 본당 신부와 보좌신부, 사제와 수도자, 사제와 교우들의 케미가 잘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케미는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실제로도 잘 어울리고 호흡이 척척 맞을 때 사용하는 신조어라고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의 지면 중에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의 바티칸 산책이 있습니다. 즐겨 읽는 지면입니다. 오늘은 베드로와 바오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케미라는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베드로는 흙수저 출신이고, 바오로는 금수저 출신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직접 뽑으셨고, 함께 지냈습니다. 바오로는 예수님을 몰랐고, 교회를 박해하였습니다. 베드로와 바오로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조합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베드로와 바오로를 교회의 두 기둥으로 세우셨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천국의 열쇠로, 바오로 사도는 성령의 칼로 당대 최고의 국가인 로마에 십자가와 교회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교회의 몸통이고, 바오로는 교회의 두뇌였습니다. 베드로는 교회의 몸통으로서 지휘권(수위권)을 행사했고, 바오로는 교회의 두뇌로서 역할을 하였습니다. 몸통 없이 두뇌가 존재할 수 없고, 두뇌 없이 몸통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상하 관계가 없는 투톱 시스템 같지만, 조직 운용에서는 상하 관계가 있었고, 상하 관계가 있는 투톱 시스템 같지만, 역할 분담에서는 상하 관계가 전혀 없었습니다. 공동체에 어려움이 있다면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케미를 배우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야고보 사도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식의 성공과 출세를 바라는 어머니에게 이야기하십니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세상의 기준으로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높은 권력과 재물을 얻는 것도 아닙니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남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사제의 부모가 된다는 것, 사제가 된다는 것, 신앙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제의 부모님이 되어야 할 기준, 사제가 되어야 할 기준, 신앙인으로 살아가야 할 기준을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서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립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높은 사람이 되려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을 위한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습니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는 것입니다.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삶입니다.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기꺼운 마음으로 희생하며, 헌신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섬김을 받을 수 있지만, 섬기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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