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29 조회수2,661 추천수14 반대(0)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걷다보면 같은 사람을 보기도 합니다. 오래된 정원을 새롭게 단장하는 집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철망으로 된 녹슨 담장을 걷어냈습니다. 바닥부터 벽돌을 쌓았습니다. 한 달 넘게 같은 길을 걸으면서 벽돌이 담장이 되는 걸 보았습니다. 담장 가운데는 계단이 생겼습니다. 무더운 날 땀을 흘리며 벽돌을 쌓는 분을 보았고, 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을 만드는 걸 보았습니다. 정원이 마무리되는 날이었습니다. 새로 지은 집과 정원이 잘 어울렸습니다. 정원 계단에는 예쁜 화분이 놓였고, 마당에는 파란 잔디를 심었습니다. 제가 사는 집이 아니었는데도, 하루하루 예쁘게 변하는 걸 보는 것은 산보의 또 다른 기쁨입니다.

 

마당의 정원을 꾸미는 것이 정성과 시간이 필요했다면 한 나라를 통합하고, 하나로 만드는 것은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흑백의 차별에 저항하며 27년간 감옥에 있었던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이 된 후에 흑백의 화합과 화해를 위해서 노력하였습니다. 영화 '인빅터스(Invictus) : 우리가 꿈꾸는 기적은 흑백간의 갈등을 넘어 화합과 일치를 이루어낸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럭비 팀의 이야기입니다. 백인들로 이루어진 럭비 팀에 대해서 흑인들은 같은 나라임에도 다른 나라 럭비 팀을 응원했습니다. 대통령은 럭비 팀에게 우승할 것을 부탁하였고, 럭비 팀은 열세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에서 개최된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국 팀 임에도 백인이라는 이유로 응원하지 않던 흑인에게 대통령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번에는 당신들이 틀렸습니다.’ 영화는 흑인과 백인이 함께 응원하면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럭비 팀 주장에게 감옥에서 읽었던 영국의 시인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를 들려줍니다. 시의 제목은 영화의 제목과 같은 인빅터스입니다.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온통 지옥 같은 암흑

신들이 어떻게 하든지/ 정복되지 않는 내 영혼에 감사하여라.

잔인하게 쓰러진 상황에서도/ 나는 움츠러들지도 크게 울지도 않으리.

내 머리에 피가 나도록 위협해도/ 나는 굽히지 않으리.

분노와 비탄 너머에/ 어둠과 공포만이 거대하고

오랜 세월의 위협에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리.

문이 좁은 것은 중요치 않다/ 어떤 벌도 문제되지 않는다.

나는 내 영혼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인 것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학자는 자기곳간에서 옛것도 꺼내고 새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무엇이 옛것일까요? 집을 새로 지었지만 낡은 담장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옛것입니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지만 세상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옛것입니다.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시련과 고통 너머에 있는 희망을 보지 못하는 것이 옛것입니다. 무엇이 새것일까요? 집을 새로 지었으니 낡은 담장을 헐어버리고 아름다운 담장을 만드는 것이 새것입니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것이 새것입니다. 27년 감옥에 있었지만 분노와 원망을 버리고 일치와 화합을 위해 손은 내미는 것이 새것입니다.

 

시인은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오랜 세월의 위협에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리. 문이 좁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벌도 문제되지 않는다. 나는 내 영혼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인 것을예레미야 예언자는 그런 삶의 자세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옹기장이는 진흙을 손으로 빚어 옹기그릇을 만드는데, 옹기그릇에 흠집이 생기면 자기 눈에 드는 다른 그릇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그 일을 되풀이하였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