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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29 - 홍해를 건너며 (홍해)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30 조회수1,837 추천수1 반대(0) 신고

 

홍해를 건너며

 

 

 

나의 성지순례를 겸한 나홀로 배낭여행 첫번째 나라 이집트의 마지막 일정을  다합에서 마치고 

출애굽 경로를 따라 그 다음 나라인 요르단으로 가기 위해 근처에 있는 뉘에브아라는 항구 도시로 왔다.

매표소 창구에서 요르단 아카바 가는 표를 달라고 하니 뭐라 뭐라 말을 하는데 당연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매표소 직원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영어하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고 

영어로 안내문뿐만이 아니라 아라비아 숫자로 시간표 같은 것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그래도 국제선 배가 드나 드는 곳인데 어쩌면 내가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없었을 수도 있다

달리 방법이 없어 한참을 아카바라는 말만 반복하며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하는데 

분위기상 오늘은 배가 없고 내일 있다고 하는 같지만

분명 다합숙소에서 오늘 배가 있다고 해서 여기까지 것이라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작은 항구이긴 하지만 나름 배낭여행자들이나 순례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고 

그래서 나도 여기까지 왔는데 말고는 여행객처럼 보이는 외국인이 전혀 없는것이 

매표소 직원의 말대로 오늘 배가 없는것이 확실하다.

지금 다시다합으로 돌아가 봤자 특별히 일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데다 

어차피 내일 다시 와야 하니 이곳에서 하룻밤 묵는 밖에


숙소를 알아보려고 주위를 돌아다녀 보니 

항구 주변인데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썰렁하고 호텔도 딱 하나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 다행히 비싼 편이 아니었고 물론 그만큼의 시설이다.

근처 식당에서 대충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와 인터넷도 안되고 특별히 일도 없어 

호텔방에 혼자 있자니 생각이 많아진다,  

다합 숙소에서는 비수기에 내가 하루 머물면 숙박비도 챙길 있고 해서 절대 밀어 이유도 없고 

시간을 몰랐을 일도 없건만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곳에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것이 있는 곳도 아니라 

전혀 계획에 없이 하루를 허비한다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행을 겸하긴 했어도 나름 성지 순례인데 

하루쯤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대민족들도 이집트를 탈출해서 가나안으로 가는 과정에 자신들의 계획대로 되었던 것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냥 이집트에서 탈출 시켜준 신을 믿고 의지하고 주어지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되었을 것을 

오히려 자신들의 고집과 불순종 때문에 많은 시간을 황야에서 떠돌아야 하지 않았던가?

이제 시작된 달간의 나의 여행 내가 계획하지 않은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며 점은 경험상으로도 그렇고 확률상으로도 확실하다

그리고 일들이 항상 나쁜 것만도 그렇다고 좋은 것만도 아닐 것이며 

단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여행이 그리고 성지순례가 풍부해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들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처럼 말이다.

 

출발 시간도 모르고 딱히 일도 없어 아침 일찍 항구로 와서 기다리고 있자니 

점심 때쯤이 되서야 드디어 외국인들이 한두 명씩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는 전혀 보이지 않다 오늘 보이는 것을 보니 사람들은 어제 배가 떠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같은데 

왜 남들은 다 아느것을 나만 몰랐을까

결론적으로 배는 늦은 오후에 승선을 시작했고 나는 그만큼의 시간을 기약도 없이 기다리며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이집트뉘에브아에서 요르단 아카바까지는 장거리는 아니지만 

나름 국제선인데다가 사람뿐만 아니라 차량에 화물까지 운반하는 배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컸고 

그래서 높은 가판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이 나쁘지 않았다 

홍해 뜻은 그대로 붉은 바다 붉은색 해초가 많아 붉게 보인다는 소리도 있고 

주변의 붉은 산들이 바다에 비쳐 붉게 보인다는 소리도 있고 

그냥 다른 이유로 홍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바다의 색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소리도 있다

그래도 나는 홍해라는 이름 때문에 붉거나 빨간 색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다른 색의 바다를 기대했었지만 

항구를 떠나서부터 깜깜해 까지 내가 홍해는 그냥 다른 데서 보던 바다와 같은 색이었고 

그렇게 상상 속의 붉은 홍해는 나를 떠나갔다.

이렇게 홍해 바다의 색깔을 확실하게 깨닫고 안으로 들어와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누가 봐도 나는 한국 사람처럼 생겼는지 여자분이 다가와 한국말로 말을 건다

외국에 살고 있고 그곳 현지 사람들과 함께 성지 순례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 

나보고 결혼을 했느냐고 물어본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라서 여행하면서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편이 아니고 

기운(?) 상대방에게 전달돼서 인지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드물지 

장거리 버스나 기차에서 누가 봐도 여행객 같은 사람이 옆에 앉아 있거나 

숙소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면 말을 걸어 오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되고

이럴 경우 대부분 여행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든지 하는 여행에 관련된 대화가 오고 가는데 

거의 유일하게 한국 사람들만이 결혼 여부를 물어 온다

물론 직접적으로 물어오는 것은 아니고 가족은 어떻게 하고 혼자 여행하느냐?  

와이프가 혼자 여행하는 것을 허락하느냐? 등등 결혼 아닌 결혼에 대한 질문이 나오게 되는 것이고 그녀도 그랬다

누가 봐도 나는 결혼을 해도 한참 전에 나이대로 보일 테니 별로 이상할 것은 없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는 거다

그들에게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가족과 연관된 질문을 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또는 나이 먹은 남자가 혼자서 배낭 여행을 하는 것이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다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니 결혼을 하셨어요……결혼은 하셔야죠…… 결혼하세요라며 

마치 나를 위하는 같지만 말투나 표정까지 너무나 측은한 것이 

나뿐만이 아니라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모두 정상이 아닌 듯한 

또는 뭔가 잘못을 하고 있는 사람 취급을 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가 결혼 했다고 하면 상대방은 보통 ~ 그러시군요하며 넘어가기 마련이다

요즘은 결혼 하지 않는 사람들 많아지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사회적으로도 크게 이상하지 않는 분위기 인데다 

특히 내가 어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생각과 배려 때문이다

그런데 녀는 그렇게 반응한 것일까?

그녀가 너무 측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결혼을 하셨어요….결혼은 하셔야죠 결혼하세요라고  

천주교 신부 라서 결혼 했네요라고 하려다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라고 대답했다.

만약 내가 "신부"라고 말했으면 대화가 이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그녀는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쩔 없는 선택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에 대한 인정도 

그런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는 같은

특히나 그녀의 그런 사고가 그녀의 종교관에서 나온 것일 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더더욱 신부라고 밝히고 싶지도 대화를 이어 가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 나는 그렇게 느꼈고 

만약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과 대화할 반대 되는 의견을 말하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 논쟁으로 번질 수도 있기에 

대화의 내용이나 화제에 대해서도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그런 수고를 감수면서 까지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당시 나는 어제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루 종일 기다림에 심신이 지쳐있었고 

생각보다 출발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과연 오늘 안에 내가 가려고 하는 곳까지 이동 있을까?하는 걱정에 정신적인 여유도 없었다

 

 

 

 

배위에서 보는 "뉘에브아" 항구와 바다.


홍해는 빨간색이 아니라 푸른색이었다


 

종교라는 것은 사람은 관대하게도 만들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과는 절대 정치와 종교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 말이 있을 만큼 

편협하게도 만든다

물론 편협이라는 표현이 적당하지도 않고 너무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종교라는 것이 하나의 사상이고 이념이니 만큼 사람의 내면 안에 형성되기 어려운 대신 

한번 형성되면 사람의 생각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밖에 없고 만큼 확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의 '옳고, 그름'에 자신의 종교의 잣대를 갖다 대면 

원만한 인간 관계가 힘들어 수도 있고 편협한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종교적인 옳고 그름, 특히 기독교의 옳고 그름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천년전 유대의 종교적 규범으로 창녀와 세리는 분명히 잘못된 사람들이다

규범에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예수님에게는 그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하고 있는 보다는 

그들이 그런 일을 수밖에 없는가?” 중요했고 

그래서 그들이 친구가 되어 주었고 그런 그들이 먼저 천국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까 했다. 

결국 종교적 규범대로 옳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그런 예수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것은 후에 예수가 처형을 당하게된 원인중의 하나가 되였다.

그로부터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우리 종교의 가장 중요한 규범이 

무엇 무엇을 해라,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이전에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날 배에서 만났던 그녀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느냐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중요했다

그녀의 종교적 규범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나 사랑이 아니라 

여전히 무엇 무엇을 해라,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10, 20, 30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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