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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력 돋보기: 참으로 아름다운 성모 대성전 8월 5일 성모 대성전 봉헌기념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13 조회수45 추천수0

[전례력 돋보기] 참으로 아름다운 성모 대성전 8월 5일 성모 대성전 봉헌기념일

 

 

로마의 수많은 성전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성전은 어디일까요? 아름다움의 평가는 각자 다를 테니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겠지만, 흥미로운 전설과 역사적, 신학적인 의미를 지니며 따스한 마음의 안식처로 현재까지 로마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당을 꼽으라면 단연 로마 시내의 성모 대성전(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일 것입니다. 8월 5일은 바로 이 성모 대성전의 봉헌 기념일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로마 교회가 콘스탄티누스 황제로 인해 종교 자유(313)를 얻은 지 얼마되지 않은 352년, 로마의 요한이라는 이의 꿈에 성모님께서 나타나셨답니다. 성모님은 날이 새면 언덕 위에 눈이 내린 장소가 있을 것인데, 그곳에 자신을 위한 성전을 세우라고 분부하셨죠. 로마 시내의 8월 날씨는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고 건조한데 그때 눈이 내리다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당시 교황이셨던 리베리오(Liberio, 재위 352-366) 교황님도 같은 꿈을 꾸셨다고 합니다. 다음 날인 8월 5일에 교황님과 요한이 함께 위치를 확인하니 지금의 로마 중앙역인 떼르미니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에스퀼리노 언덕에 실재로 눈이 쌓여 있었답니다. 그리하여 성전을 봉헌하게 되는데 이 성당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도 언급하셨듯이 서유럽에서 ‘성모 마리아께 최초로 봉헌된 성전’인 성모 대성당입니다. 그래서 이 성당의 별칭으로 ‘성모설지전(聖母雪地殿) 성당’, 즉 ‘눈이 내린 곳 위에 세워진 성모님 성당’으로도 불립니다.

 

이후 식스토 3세(Sixtus III, 432-440) 교황님은 이 성당을 증축하는데, 이때는 성모님이 ‘하느님의 어머니’이심을 공적으로 선포한 에페소 공의회(431)가 막 끝난 시기였기에 이제 성모 대성전은 본격적인 성모님의 모성을 공경하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에 걸맞게 성모 대성전의 제대 아래에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가 예수님이 태어난 고장인 베들레헴에서 옮겨 온 것으로 전해지는 갓 태어난 예수님을 누인 구유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구유를 모심으로 인해 교황님들은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성모 대성전에서 거행해 왔습니다. 현재 이 구유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교황님 조각이 있는데 그분은 성모 신심이 각별하시고 1854년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 교의를 공적으로 선포하신 비오 9세 교황님입니다.

 

 

 

그렇게 400년대부터 가톨릭 신자들을 어머니의 품으로 감싸 안으며 따뜻한 사랑과 위로를 전해주던 성모 대성전은 20세기에 들어서 로마 신자들에게 다시금 뜻깊은 장소로 기억됩니다.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이탈리아도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게 된 것입니다. 당시 베네딕토 15세(재위 1914-1922) 교황님은 유럽 각국에 반전 메시지를 선포하며 종전과 평화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셨는데, 특별히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의탁하시며 성모 대성전에 ‘평화의 성모님(Ave Regina pacis)’상을 모셨습니다. 이 성모상은 한 팔로는 예수님을 안고 다른 팔은 앞으로 뻗고 있는데 맞닥뜨린 아들의 위험에 맞서 무기와 위협을 멈추라는 어머니의 강한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되는 듯하여 당시에도 현재에도 로마 시민들, 특히 로마 어머니들이 뜨거운 신심으로 찾는 성모상입니다.

 

 

 

물론 전통적으로 성모 대성전에서 가장 사랑받는 성모님상은 ‘로마인들의 구원 성모님(Salus Populi Romani)’ 이콘입니다. 전염병이나 위험이 있을 때, 여러 차례 교황님들은 이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였고,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시기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이 성모님상을 바티칸으로 모셔와 기도하고 도움을 청하셨습니다.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선출되신 다음날 아침, 제일 먼저 성모 대성전의 성모님께 가서 교황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호를 청한 일화는 유명하며, 요즘도 사도적 방문으로 해외를 순방하시기 전이나 후에 늘 이 성모님상을 찾으십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무덤은 이미 성모 대성전에 준비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성모 대성전, 또 '로마인들의 구원 성모님'께 대한 신심은 각별합니다.

 

전 세계에 수많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전이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성전은 그 안에 참된 신심이 살아 있는 성전일 것입니다. 화려하기만 한 미술관 같은 성당, 새로운 이벤트나 개인의 특별한 카리스마로 알려지는 성당은 참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본당, 그리고 우리 주변의 성당과 성지들이 아름답고 건강한 신심에 찬 이들의 감사와 찬미와 청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참된 아름다움의 성전이 될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월간 빛, 2024년 8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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