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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8-19 조회수2,227 추천수12 반대(0)

터키의 이스탐불에는 아름답지만 슬픈 역사를 간직한 세계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소피아 성당입니다. 교회를 국교로 받아들였던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지금의 이스탐불을 콘스탄티노플로 정하였고, 로마의 새로운 수도로 만들었습니다. 로마의 황제는 콘스탄티노플에 교회를 지어서 봉헌하였는데 그 이름이 소피아 성당입니다. 아름다운 성당은 이슬람이 그 지역을 지배하면서 이슬람의 사원인 모스크로 사용되었습니다. 1934년 터키의 대통령은 소피아 성당을 박물관으로 사용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교회와 모스크로 사용되었지만 상대방의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서로의 역사를 존중하는 의미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예술적인 의미의 가치와 상대방의 종교를 포용하는 의미에서의 가치를 존중하였고,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저도 성지순례를 갔을 때,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소피아 성당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터키 정부는 박물관인 소피아 성당을 다시금 이슬람의 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터키 정부의 결정을 막을 수는 없지만 안타까운 일이라고 유감을 표명하였습니다.

 

한국은 새롭게 성전을 신축하는 곳이 많습니다. 사제성소도 많고, 세례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동창 신부님들도 대부분 교우들과 함께 새 성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상가 건물에서 지내면서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고, 주택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본당으로 모금을 가기도 했고, 물건을 팔기도 했습니다. 눈물과 땀이 모여 새로운 성전을 신축하고 축성할 때는 모두가 기뻐하였습니다. 그동안의 수고와 땀을 모두 잊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교우들에게 눈에 보이는 성전을 신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성전을 신축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말씀이 살아있다면, 말씀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다면, 말씀이 내 삶의 중심이 된다면 눈에 보이는 성전이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종교에 의해서 성당을 빼앗기지도 않지만 유럽과 미국의 많은 교구는 성당을 축소하거나, 매각하기도 합니다. 사제의 수가 부족하고,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옆에 있는 교구도 240개의 본당을 120개로 줄였고, 앞으로는 80개로 줄인다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입니다.

 

오늘 에제키엘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희에게 정결한 물을 뿌려,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너희의 모든 부정과 모든 우상에게서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비록 지금은 바빌로니아의 침략으로 유배를 와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사랑하신다고 선포합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22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과 유배지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바빌로니아의 새로운 문화와 종교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이야기하며 낯선 땅에서도 하느님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우상을 섬기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심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소피아 성당이 이슬람의 사원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성당의 숫자가 줄어들고, 매각하는 것도 받아들여야하는 현실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선택하는 것은 현실의 삶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님과 함께 간다는 것은 이웃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섬긴다는 것은 섬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님을 섬기고, 주님을 믿는 다는 것은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평화, 기쁨, 자유를 얻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를 현실의 삶에서 이미 천상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듯이 우리들 역시 영원한 삶에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앙을 선택하였습니다. 신앙을 통해서 주님의 제자가 되는 훈련을 하였습니다. 공동체 모임을 통해서 함께 기도하고, 주님의 자녀로서 충실하게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 좋은 선택을 하였고,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시는 잔치에 초대 되었습니다. 우리의 기도와 우리의 봉사가 주님의 잔치에 함께 할 수 있는 예복이 될 것입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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