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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0주간 목요일] (마태 22,1-14)
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20-08-20 조회수1,735 추천수0 반대(1) 신고

 

2020년 8월 20일 목요일

[연중 제20주간 목요일임금 아들의 혼인 잔치비유 (마태 22,1-14)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하고 물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11~12)

 

마태오 복음 22장 11절은 한글 새 성경에는 번역되지 않았으나, 원문에는 접속사 '데'(de; and; but)로 시작한다.

이것은 여기서부터 또 다른 국면의 사건이 전개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말하자면, 지금부터 임금이 등장하여 임금 중심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을 암시한다. 

여기서 임금이 등장했다는 것은 이제부터 잔치가 본격화 될 것을 보여 주는 것인데, 영적으로 천국 잔치의 본격적 시작 시점인 심판의 때가 이르렀음을 가리킨다.

 

하느님의 통치는 지금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리스도 재림 이후에 있을 본격적인 천국의 잔치에서 예복을 입은 자에게는 더 큰 기쁨을 누리는 날이 될 것이고, 예복을 입지 않은 자에게는 큰 슬픔의 날이 될 것이다.

 

여기서 '예복'으로 번역된 '엔뒤마 가무'(endyma gamu; wedding clothes) '결혼식 때 입는 옷'을 뜻한다.

본래 '엔뒤마'(endyma)는 '겉옷'이나 '외투'를 가리키는 단어로서 옷 위에 덧입는 옷이다.

 

 

유다인들의 혼인 잔치에는 혼주가 나누어 주는 예복을 입어야만 했다.  

이들에게도 분명히 임금이 잔치에 합당한 예복을 나누어 주었을 것이다(창세45,22; 판관14,12). 하지만 한 사람이 이 예복을 입지 않은, 너무나 무례하며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임금의 잔치 석상에서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은 심판의 자리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예복을 입지 않은 자들이 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심판의 날에 입어야 할 예복은 무엇인가?

이것은 사도 바오로의 표현대로 그리스도를 입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갈라3,27), 자기 육(肉)을 그 욕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고 대신 성령의 능력을 얻어 입어서(갈라5,22~24) 의로운 행위를 추구하는 삶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묵시19,8).

 

한편, 임금은 예복을 입지 않고 잔치에 참석한 사람 향해 '친구'라고 부르고 있다. '친구'로 번역된 '헤타이레'(hetaire; friend) '헤타이로스'(hetairos)의 호격이다.

'헤타이로스'(hetairos)는 다정한 느낌의 '동료', '동무'를 뜻하기도 하지만(마태11,16),  문책과 심판의 대상을 지칭할 때도 사용된다.

 

포도밭 임자가 품꾼 중에 원망하는 자들을 부를 때 이 단어를 사용했고(마태20,13),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배반하기 위해 오는 유다 이스카리옷을 부를 때도 이 단어를 사용하셨다(마태26,50).

따라서 여기 본문의 '친구'도 카리옷 사람 유다처럼 거짓으로 하느님의 나라의 공동체 안에 몸붙이고 있으면서도, 의(義)로움을 쫓지 않고 악(惡)을 고집하는 자들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면 무방하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로 번역된 '에피모테'(ephimothe; was speechless)의 원형 '피모오'(phimoo)는 '재갈로 입을 막다'라는 뜻이다.

이것은 임금의 질문 앞에 마치 입에 망을 씌운 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임금이 예복을 준비하여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었으며, 결국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표현은 최후의 심판 때에 그리스도 예수의 지엄하신 위엄과 그분의 책망으로 말미암아, 악인들이 겪게 될 비참한 운명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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