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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8-23 조회수2,139 추천수11 반대(0)

신문이 1년에 3번 휴간을 합니다. 설날, 추석, 8월 휴가 때입니다. 지난 8월 초 휴간 때입니다. 코네티컷에 있는 한인 성당엘 다녀왔습니다. 신부님도 몇 번 뉴욕엘 왔었고, 저도 시간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뉴욕이 현대적이고, 도시적이라면 코네티컷의 한인 공동체가 있는 곳은 시간과 공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건물은 20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사적지로 지정되어서 건물의 외관을 바꿀 수 없다고 합니다. 고즈넉한 마을의 찻집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습니다. 오래된 건물 사이로 우뚝 솟은 교회가 있고,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1776년에 있었던 집이 아직도 있습니다. 종탑의 종은 은은한 소리를 내며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복음의 말씀은 우리를 2000년 전의 시간과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 같습니다. 갈릴래아 호수, 나자렛, 타볼산, 아인카렘, 예루살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물을 손질하던 야고보와 요한, 고기를 잡던 베드로와 안드레아,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놀라던 필립보와 나타나엘이 보입니다. 오늘 하루 사랑이 담긴 추억 속으로 여행을 가보면 어떨까요?

 

신부님께서도 텃밭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저는 나무 막대로 지지대를 만들었는데 신부님은 줄로 지지대를 만들었습니다. 2층에서 내려온 지지대를 타고 오이가 줄기를 감고 있었습니다. 지지대의 높이만큼 오이가 자라는 걸 보았습니다. 문득 예전에 들었던 물고기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코이라는 잉어입니다. 이 잉어의 치어를 작은 어항에 넣어 기르면 5-8센티미터 정도로 자라고, 좀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 두면 25센티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이를 넓은 강물에 방류하면 놀랍게도 90-120센티미터까지 성장한다고 합니다. 로고스와 뮈토스를 생각합니다. 로고스라는 어항에 갇히면 사람의 이성과 지성은 그 에서만 갇히게 됩니다. 관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인과관계를 따지고, 물질과 자본이라는 도구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것들이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학혁명은 로고스의 세상입니다. 뮈토스라는 바다로 나가면 이성과 지성은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직관과 깨달음의 세상입니다.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세상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한 세상입니다. 물질과 자본이 아니라 에너지와 파동의 세상입니다. 소유의 세상이 아니라 존재의 세상입니다.

 

오늘은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입니다. 제 주변에는 바르톨로메오 축일을 맞이하는 분들이 몇 분 있습니다. 한분은 4년 선배이시고, 다른 한 분은 4년 후배이십니다. 선배 신부님은 여러 면에 조예가 깊으신 분입니다. 효소를 직접 만들기도 하셨고,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자격이 있으셔서, 사람들에게 커피에 대한 강의를 하십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집중하는 능력이 있으신 분입니다. 이제 또 어떤 모습을 보여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후배 신부님은 직관의 능력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언제나 교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예언자의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신부님과 함께 일을 할 때 보람이 있었고, 행복했습니다. 등대지기가 어두운 밤바다를 비추듯이, 교회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집중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전체를 잘 보지 못하는 제게는 배워야할 것들이 많은 분들입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바르톨로메오사도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로고스와 뮈토스를 뛰어넘은 큰 바다였습니다. 바르톨로메오 사도는 예수님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지불했습니다. 삶 속에서 자신이 본 것을 실천했습니다. 목숨을 바치면서 주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사도는 단순히 예수님을 본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가 아닙니다. 사도는 예수님의 길을 죽기까지 충실하게 따라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영예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교회, 사찰, 사원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리를 보았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가치를 보았겠습니까?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본 것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지금 가진 것들을 포길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밭에 묻혀 있는 진주(하느님나라)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을 팔아야 하는 것입니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 아버지가 나에게 나라를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에게 나라를 준다. 너희는 내 나라에서 내 식탁에 앉아 먹고 마시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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