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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8-28 조회수2,720 추천수14 반대(0)

신학생 때입니다. 돌아보니 저는 활동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신학교 매점에서 4년간 일했습니다. 선배와 후배를 많이 만났습니다. 신학생들이 많이 찾던 음료수, 담배, 과자, 필기구, 노트, 세면도구를 팔았습니다. 매점에 있기에 매일 외출도 할 수 있었습니다.(일종의 특혜) 타종부에도 있었습니다. 아침 삼종기도에 맞추어서 종을 쳤습니다. 제가 종을 치면 삼종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덕분에 늘 성당에 일찍 갈 수 있었습니다. 조금 늦은 신학생들은 저의 타종 소리를 서운한 마음으로 들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전례부장 신학생에게 한 소리를 듣기 때문입니다. 연극부에도 있었습니다. 무대를 만들고, 의상을 구하고, 효과음을 찾는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단역이었지만 무대에도 2번 올랐습니다. 1년에 한번 축제 때에 연극을 올렸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시를 쓰고, 노래하는 모임도 있었지만 기회도 없었고, 찾아가기도 않았습니다. 4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습니다.

 

제가 드러나는 곳에서 활동했다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노동 문제를 연구하고, 노동자들의 현장에서 함께 있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학교 내에서 폐지와 병을 모아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 식탁 정리를 하고, 주방의 자매님들을 도와주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의무실에서 아픈 친구들이 오면 도움을 주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서고를 정리하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백조가 우아하게 호수 위에서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물 밑에서는 열심히 움직이는 발이 있는 것처럼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일정 액수를 어려운 곳을 위해서 기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오랜 시간 빈민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연잎 위에 떨어진 빗방울은 진주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지치고 힘든 세상에서 기꺼이 연잎에 되어서 누군가를 진주가 되게 해 주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솥을 식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솥을 뜨겁게 하는 아궁이의 불을 빼는 것입니다. 아궁이의 불을 빼내지 않고서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쩌면 뜨거워진 솥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경쟁, 이익, 성공, 권력, 욕망, 이기심, 원망, 분노의 불이 타오르기 때문입니다. 제도를 변경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바꾸어서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욕망의 불을 빼내야만 새로운 사회가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양보, 희생, 사랑, 희망이 있어야 뜨거워진 솥을 식힐 수 있습니다. 불을 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내가 필요하고,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자칫 뜨거운 불에 다칠 수도 있습니다. 누가 그런 일을 하였을까요? 예언자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세례자 요한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나라를 이야기 하셨습니다. ‘섬김, 봉사, 희생, 나눔, 십자가, 죽음을 통한 부활의 나라입니다. 우리는 때로 디딤돌이 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가정과 이웃을 위해서 밑거름이 되는 것도 감수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교회는 수많은 디딤돌과 밑거름이 있었기에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고 있는 세례자 요한의 수난도 우리는 한 개인의 억울한 죽음으로 보기 보다는 하느님께서 이루고하 하는 구원의 역사로 보기도 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수난은 바로 예수님의 수난을 미리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건강하고, 부유하고, 오래 살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위해서라면 질병도, 가난도, 단명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신앙인의 태도입니다. 많은 순교자들은 바로 그런 길을 걸어갔습니다. 많은 성인들은 바로 그러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고통과 수난 중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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