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8-30 조회수2,054 추천수10 반대(0)

작년 12월에 LA엘 다녀왔습니다. 여행사와 함께 멕시코 청년 봉사활동을 추진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여행사는 구체적인 일정을 기획하고, 신문사는 홍보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멕시코에서 선교하는 신부님과도 협의를 하였습니다. 청년들은 노력봉사도 하고, 영어도 가르치기로 했었습니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모든 일정은 취소가 되었습니다. 당시 오랫동안 한국학교에서 봉사하셨던 형제님을 만났고, 형제님께서는 순례 중에 쓰신 산티아고 순례길 따라 2,000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고, 통일에 대한 관심도 많으시고, 시인이신 형제님이십니다. 산티아고 순례를 가지는 못했지만 형제님의 글을 통해서 순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형제님께서 문단에 내신 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산이 좋아, 나는 길 따라 올라가는데

물은 산을 버리고 떠나는구나.

한세월 더불어 살다보면 싫증날 때도 있겠지

버리고 떠나는 저 길이 그리움의 시작인 줄을

세상 내려가 살다보면

산 만한 친구도 없다는 것을

촐랑거리며 흐르는 저 물이 알기나 할까?

산이 좋아 오늘도

나는 산길을 올라가는데

 

형제님의 글은 신문에 나왔다고 합니다. 어느 날, 형제님에게 메일이 한 통 왔다고 합니다. 감사의 글이었다고 합니다. 남편과 갈등이 심해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신문에 나온 시를 읽었고, 남편과 계속 살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말썽을 부리고, 불평과 불만이 많은 자녀에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도 나중에 너 같은 자식을 낳아 보면 지금 내 심정을 이해할거다.’ 물의 속성이 늘 어딘가로 흐르는 것이듯이,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도 늘 어딘가를 향하여 나가려고 합니다. 영어의 ‘Animal’을 우리는 동물(動物)이라고 부릅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라고 하셨고, 제자들을 파견하셨습니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라고 하셨습니다. 교회의 사명은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물이 산에서 흘러나왔듯이, 우리가 주님께로부터 왔음을 알고, 언젠가 주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간도 흘러간다고 표현합니다. 과거의 나는 오늘의 내가 되었고, 지금 내가 걸어가는 길이 미래 나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채워 넣은 것이 국가이면 역사가 됩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채워 넣은 것이 신앙이면 교회사가 됩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채워 넣은 것이 나의 삶이면 그것이 인생이 됩니다. 그래서 서산대사는 이렇게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눈 덮인 길을 걸어가거든, 발걸음을 함부로 하지 말라. 지금 너의 발걸음이 뒷사람들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 성공, 명예, 재물, 권력을 채우려고 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 나눔, 희생, 겸손, 친절을 채우려고 할 것입니다. 2020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저도 한국을 떠나온 지 1년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제가 원하는 것을 채우려 한 적이 많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채워야 할 것이 무엇이지 선포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독서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의 말과 나의 복음 선포는 지혜롭고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성령의 힘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여러분의 믿음이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하느님의 힘에 바탕을 두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새롭게 신발 끈을 매고,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순교자의 달, 9월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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