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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3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05 조회수2,289 추천수13 반대(0)

9월의 첫 주일입니다. 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달입니다.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보내는 시간만큼, 내가 원하는 것들을 위해서 쓰는 시간만큼 나는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서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눌 수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호주는 6개월간 극심한 가뭄이 있었습니다. 그 여파로 산불이 발생하였고 많은 생명이 불에 타버렸습니다. 중국에는 엄청난 비가 내렸고, 한국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중국은 이재민만 5,00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한국도 홍수로 인한 피해가 많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도 계속되고 있는데 기상 이변에 의한 피해까지 겹치고 있습니다. 기상은 크게 날씨와 기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날씨는 수시로 변해야 합니다. 밝은 날이 되면 좋지만 계속되면 폭염이 되고, 몇 개월씩 이어지면 가뭄이 됩니다. 비 오는 날이 하루면 좋지만 계속되면 장마가 되고, 몇 개월씩 이어지면 홍수가 됩니다. 그러기에 날씨는 자주 변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기후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온대기후, 열대기후, 한대기후, 사막기후, 몬순기후와 같이 일정한 틀이 있습니다. 인류의 문화는 그런 기후에 맞게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 왔습니다. 기후가 바뀌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습니다. 기후가 바뀌면 생활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열대기후가 한대기후로 바뀌면 생활하기 어렵습니다. 건축양식도 기후에 맞도록 발전하였습니다. 그러기에 기후는 바뀌지 말아야 합니다. 기후의 변화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일어난다면 이는 준비하고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의 변화가 인간의 영향(지나친 자연개발과 탄소배출)으로 갑자기 다가온다면 이는 상상 할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올랐다고 합니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사람의 체온으로 비유하면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이 1도 올라가면 피로감이 오고, 활동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 몸이 2도 올라가면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구의 온도도 1도가 올라가면 날씨와 기후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만일 지구의 온도가 2도 올라가면 지구는 날씨와 기후에 대한 복원력을 상실 할 수 있고, 이는 지구의 생태계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하게 됩니다. 당연히 인류가 지금가지 쌓아온 문화와 문명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신앙생활에도 날씨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토착화라고 말합니다. 교회는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그 나라의 전통과 신앙을 수용해야 합니다. 조상에 대한 제사를 미신으로 여기고 금지하는 것은 복음을 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원주민들의 전통과 문화를 비이성적이라고 무시하는 것도 복음을 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이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지만 결실을 맺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시간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음은 다른 문화와 접목이 되어서 신앙의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선교의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변화된 상황에 맞게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도 기후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초대교회는 예루살렘에서 공의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면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선포하였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타인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해 주는 것입니다.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내용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같은 마음과 정성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고통과 절망 앞에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디딤돌로 삼아 희망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그것은 합리적인 이성을 뛰어넘는 생명까지도 내어주는 믿음입니다.

 

오늘 제1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네가 악인에게 그 악한 길을 버리도록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 때문에 죽겠지만,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 우리가 함께 연대하지 않으면, 우리가 함께 나누지 않으면 산적한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습니다. 환경문제, 난민에 대한 보호, 전쟁의 종식, 종교에 대한 적대감, 감염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나가야 합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힘이 있는 국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연못이 썩으면 물고기는 살 수 없습니다. 지구가 황폐해지면 강대국도 살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우리가 묶어야 할 것은 연대와 협력, 나눔과 화해입니다. 우리가 풀어야 할 것은 시기와 질투, 교만과 욕망입니다. 우리가 함께 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행동이 함께 해야 합니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고, 이웃의 걱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고, 형제의 허물과 잘못을 진실한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이 세상에 보초를 서야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경고를 슬기롭게 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것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과 요란한 괭가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남을 위해서 불 속에 뛰어 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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