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06 조회수2,257 추천수12 반대(0)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교구청 사목국에서 지냈습니다. 당시 교구장님은 정진석 추기경님이셨습니다. 추기경님은 올해 나이가 90이 되셨고, 주교서품 50주년이 되셨습니다. 신달자 시인은 혜화동에 있는 주교관에서 추기경님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소감을 평화신문 지면에 옮겼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은 미주가톨릭평화신문 홈페이지 89일자 지면을 통해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발명가가 되고 싶으셨던 추기경님은 6.25 전쟁을 겪으면서 몇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기셨다고 합니다. 집으로 폭탄이 떨어졌는데 사촌형은 사망하고 추기경님은 살았다고 합니다. 꽁꽁 얼었던 강을 건너는데 추기경님이 건넌 다음 얼음이 깨져서 뒤에 오던 분들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군대에서는 미군의 통역을 하였고, 군종 신부님의 방에서 책을 읽으면서 고레띠 성녀의 책을 번역하였다고 합니다. 성녀의 전기를 읽으면서 발명가의 꿈을 접고 사람 낚는 어부의 길을 선택하셨다고 합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억만인의 신앙을 번역하셨다고 합니다. 세상의 어려움은 하느님께서 주신 자유를 남용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교만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겸손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은 최희준의 하숙생을 부른 적이 있다고 하십니다. 아마도 하숙생의 노랫말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께로 가는 나그네 길임을 알면 욕심도 버리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추기경님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추기경님은 언제나 기도하셨습니다. 늦은 저녁 교구청 마당에서 기도하셨습니다. 성소자를 위해서, 본당 공동체를 위해서, 교구의 사제들을 위해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 묵주기도를 하셨습니다. 젊은 사제들에게 기도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추기경님은 기억력이 좋으셨습니다. 특히 정확한 연도와 날짜를 말씀하셨습니다. 50년 전의 사건도 생생하게 기억하셨습니다. 색깔과 맛과 향기까지 기억하셨습니다. 사제성화의 날에 한 말씀 하실 때면 추기경님의 기억력에 모두 놀랐습니다.

추기경님은 책을 가까이 하셨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책을 번역하셨고, 사제가 되신 후에는 매년 책을 쓰셨습니다. 추기경님의 책은 신앙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갈증을 풀어주는 단비와 같았습니다. 사제들에게는 올바른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와 같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칼은 음식을 만들고, 사람을 치료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칼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칼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렇게 이해하였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다만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유익하면 취할 것이고,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무익하면 버리면 됩니다.” 안식일은 신앙의 척도를 구분하는 율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는 안식일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기도와 지식과 저술을 통해서 하느님을 찬미하셨던 추기경님께서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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