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10 조회수3,809 추천수13 반대(0)

신학교에는 걸어 다니면서 볼 수 있는 글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을 사랑하시는 신부님께서 돌에 글을 새겨 넣은 것도 있고, 졸업한 선배 신부님들이 기증한 것도 있습니다. 도서관 옆에는 교가가 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교가입니다.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 성신에 그느르심 아늑한 이 동산에 우리는 배우리라. 구원의 베리따스신학교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인지를 교가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청춘을 바치기 위해서 신학교에 왔고, 구원의 진리를 배우기 위해서 신학교에 왔음을 교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후배 신부님의 은경축 축하 미사를 마치고 함께 교가를 불렀습니다.

 

강의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 있습니다. 졸업한 선배들이 기증한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특권도 아니고, 복음을 전하는 것은 의무도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고, 그것이 나에게도 영광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읽었습니다. 신학교 성당 앞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동상이 있습니다. 한국인 첫 번째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셨습니다. 사제가 된 다는 것은 사제에게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제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오솔길 옆에 평신도가 바라는 사제가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것은 교우들이 바라는 사제의 모습으로 사는 것입니다. 교우들이 바라는 사제의 모습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바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교우들은 침묵 속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제, 강론 준비에 성실한 사제, 성사를 거룩하게 집전하는 사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사제, 검소하며 물질에 신경 쓰지 않는 사제, 겸손하며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끝가지 들어주는 사제, 웃어른에게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말이나 행동에 예의를 차리는 사제, 죽기까지 사제 직무에 충실한 사제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해박한 지식이나, 심오한 신학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듯이 사제의 직무에 충실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가 깊은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서로 만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베푸는 선행과 나눔 그리고 사랑과 희생은 험난한 삶의 거름이 되어 또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제게 커다란 가르침을 주십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총을 충분히 받았으면서도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가식과 비난 그리고 험담과 질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봉사의 직분을 살아가는 교우들은 특별히 오늘 주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봉사와 나눔이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나쁜 말 때문에 빛이 바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기도로 제게 모범을 보여주셨던 어머니께서 목요일 새벽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하느님나라에서 사랑하시는 아버님을 만나시고 남아있는 자식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주님! 세상을 떠난 정귀례 데레사와 죽은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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