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15 조회수2,691 추천수11 반대(0)

코로나19가 오기 전 1월입니다. 서울에서 오신 신부님과 함께 보스턴에 있는 월든호수엘 갔습니다. 19세기 사상가였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2년 동안 세상과 등지며 홀로 살았던 호수입니다. 재능이 있었고, 재산이 있었고, 명성이 있었지만 소로우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살았습니다. 작은 오두막을 지었고, 농사를 지었으며,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2년 동안 호수에서 살면서 기록한 글이 월든입니다. 자아를 잃어버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도시, 문명, 명예, 권력, 관심이라는 외투를 벗어버리고 순수, 영성, 성찰, 고독, 침묵이라는 옷을 갈아입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호수에는 소로우의 무덤이 있습니다. 소로우는 호수에서 2년 동안 살았던 이유를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 인생의 본질적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으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장례식장으로 연도를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영정 사진과 꽃 장식을 하는데 미국은 고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도를 마치고 유족들은 고인 옆에서 조문객들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고인은 말이 없지만 언제가 이 자리가 여러분의 자리가 될 거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성수를 드리고 고인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라틴어 격언에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말이 있습니다.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입니다.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의미의 문구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주는 존재입니다. 신학생 때였습니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순교자 찬가를 불렀습니다. 죽음으로써 신앙을 지키고 증거한 순교자들을 기억하면서 우리들도 뜨거운 신앙으로 살아가려는 다짐을 했습니다. 가톨릭성가 28불의가 세상을 덮쳐도도 불렀습니다. 재물, 명예, 권력을 추구하면서 거짓과 위선 속에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주님만을 믿고서 살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은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제자들을 비난하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본인들의 책임은 다하지 않는 것을 봅니다. 사제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도 그럴 때가 종종 있습니다. 본당의 일은 신자들이 잘 하지 못해서, 교회의 일은 주교님들께서 잘 하지 못해서 안 된다고 합니다. 나중에 보면 본인들은 별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것을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참된 지혜를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십니다.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불속으로 날아가는 나방처럼, 유혹의 불속으로 들어가는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참된 지혜를 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름다운 사랑의 송가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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