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예로니모 사제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29 조회수2,110 추천수12 반대(0)

형님은 책을 좋아하셨습니다. 가끔씩 형님이 읽은 책을 읽곤 했습니다. 이광수의 흙, 펄벅의 대지, 스탕달의 적과 흑,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 리처드 버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모두가 현실이라는 벽을 넘어서려는 내용이었습니다. 농촌의 계몽을 위해서 안정된 자리를 버리고 농민들과 함께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가족의 이야기였습니다. 비천한 신분을 넘어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이야기였습니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고독한 영혼의 이야기였습니다. 단순히 살기 위해서 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가치를 향해서 날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장미꽃을 담은 종이에서는 장미향이 나기 마련입니다. 생선을 담은 종이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나기 마련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형님이 있어서 문학의 향기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2020년 나는 이웃에게 어떤 향기를 나누어 주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에 간직한 것이 분노, 시기, 욕심, 절망, 편견이었다면 아마도 코를 찡그리게 하는 냄새가 났을 겁니다. 내 마음에 간직한 것이 인내, 친절, 온유, 나눔, 겸손이었다면 지친 마음에 위로를 주는 향이 났을 겁니다. 오늘은 예로니모 성인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 그레고리오 성인과 더불어 존경받는 서방교회의 4대 교부입니다. 무엇보다 예로니모 성인은 평생을 성서를 번역하고, 성서를 연구하면서 지냈습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서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복음서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의 활동은 사도행전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심과 자비하심은 구약성서를 통해서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성서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신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닮은 사람을 창조하신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거룩하심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성서는 하느님의 사랑을 멀리했던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이방의 신을 섬기던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멀어지고 타락한 사람을 사랑하신 하느님께서는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신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성령을 주시고, 평화를 주셨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은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였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성서는 하느님의 창조, 인간의 타락,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믿는 이들의 구원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성서를 가까이하면 믿음은 희망이 되고 희망은 사랑으로 꽃이 필 것입니다.

 

중학생 때의 일입니다. 학교에 가려고 버스를 탔습니다. 추운 겨울이었고, 바람도 불었습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데, 버스 안이 너무 좋아서 그냥 지나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학교로 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내려야 하는지 알았지만 어렵게 잡은 자리가 좋았고, 버스에서 내리면 추울 거라는 생각에 그만 내리지 못하였습니다. 살면서 중학생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는 않지만 다른 면에서 중학생 때와 비슷한 행동을 하곤 합니다.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17년 동안 담배를 피웠습니다. 지금은 담배를 끊은 지 25년이 되었지만, 처음에 담배를 끊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담배가 가지는 중독성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입니다. 술도 그렇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다음 날 일을 하는데도 지장을 줍니다. 무엇보다 기도하는 시간을 빼앗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잔 술의 알뜰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신앙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들이 있습니다. ‘기도, 희생, 봉사, 나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의 정거장을 지나치곤합니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나누겠다고 하면서 지금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성당에서 주어지는 희생과 봉사의 시간들과 나의 여가 시간이 겹쳐지면 내 몸과 마음은 희생과 봉사보다는 인생을 즐기는 여가 시간으로 기울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지금 이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십니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십니다. 죽은 이들의 문제는 죽은 이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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