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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호천사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01 조회수3,048 추천수12 반대(0)

신학생 때입니다. 여름에는 늘 바빴습니다. 본당의 여름 행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등부, 중고등부의 여름 성경학교, 여름 신앙학교가 있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들과 함께 준비하기도 했고,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고, 야영장이나 수련원에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여름이 분주했다면 겨울에는 좀 여유가 있었습니다. 성탄을 준비하면서 구유를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여름의 행사에 비하면 한결 여유가 있었습니다. 겨울에는 주로 새벽미사를 다녀오고 본당 사무실의 업무를 도와주곤 했습니다. 3학년 때입니다. 선배 신학생에게 나환자 마을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겨울방학에 나환자 마을에 가서 봉사한다고 합니다. 주로 아이들 교리를 가르쳐주고, 어르신들 농장 일을 도와준다고 하였습니다. 성경에서 나환자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본 적은 없었습니다. 1984년 처음으로 선배 신학생과 함께 나환자 마을엘 다녀왔습니다.

 

선배 신학생은 주로 어른들과 함께 지냈고, 저는 아이들과 지냈습니다. 교리를 가르쳐 주고, 시간나면 같이 놀았습니다. 눈 오는 날 눈싸움도 하고, 산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꽁꽁 얼었던 낙동강을 건너 시내에서 자장면을 먹고 오기도 했습니다. 저녁에는 방에 옹기종기 모여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부모님은 어려운 시절을 살았지만 아이들은 모두 밝고 깨끗했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는 여학생은 새벽에 연탄을 간다고 오기도 했고, 중학교 다니는 학생은 계란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성당 마당에는 종탑이 있었고 종을 치면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아이들이 예쁜 손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 아이들이 보내준 편지를 읽으면 즐거웠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이었는데 이제 그 나이의 아이들을 가진 부모가 되었습니다. 수도자의 길을 걷는 친구도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너희는 그 앞에서 조심하고 그의 말을 들어라. 그가 너희 죄를 용서하지 않으리니, 그를 거역하지 마라. 그는 내 이름을 지니고 있다.’ 주변을 보면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동안 카플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목적지가 같은 분들을 연락해서 승용차를 함께 이용하는 나눔입니다. 연말연시에는 사랑의 나눔이 있었습니다. 어린아이가 돼지 저금통을 가져오기도 하고, 군인들도, 기업체를 운영하는 분들도 이웃을 위한 나눔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나눔이 더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치를 해도 함께 나누고, 잔치가 있으면 이웃을 초대하였습니다. 누군가 돌아가시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신 분의 장례를 위해 함께 수고하였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예전에 농경시대에 있었던 방식의 나눔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바쁘고 분주한 현대사회에 살면서도 나눔의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바로 수호천사입니다.

 

오늘 내가 전하는 따뜻한 말과 친절은 고통 중에 있는 이웃에게, 절망 중에 있는 친구에게 위로와 힘을 줄 것입니다. 수호천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를 위해 기도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기도 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수호천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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