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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6.“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06 조회수2,066 추천수1 반대(0) 신고

 

루카 10, 38-42(연중 27주 화)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루카 10,39)

 

지금, 마르타는 예수님의 몸을 섬기고 있다면,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섬기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마르타가 ‘성찬의 전례’를 거행하고 있다면, 마리아는 ‘말씀의 전례’를 거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섬김이 진정한 ‘주님 섬기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할까?

 

그것은 주님을 섬기겠다고 나서기 전에, 먼저 주님께서 자신을 섬기시도록 승복하는 일입니다. 실상 주님을, 혹은 남을 섬긴다고 하면서, 막상은 자기 자기를 섬길 수가 있습니다. 마치 마르타처럼 말입니다.

사실, 베풀기보다 받아들이기가 더 어렵습니다. 자신의 부족함과 무능함을 받아들이는 자만이 진정으로 주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상 주님 앞에 앉아서도 주님의 말씀이 아니라, 자신의 말이나 생각을 듣고 있거나 타인의 말을 듣고 있을 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그 어떤 섬김보다도 더 큰 섬김이 됩니다. 마치 마리아처럼 말입니다.

마리아는 지금 주님으로 하여금 자신을 섬기도록 허용해 드리고 있는 셈입니다. 곧 자신을 향한 주님의 섬김을 수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주님 되시게 해드리는 일에 해당합니다. 곧 ‘나는 섬김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말씀대로 해드리는 것에 해당합니다. 그것은 그분과 한 자리에 있게 합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 그분의 일, 곧 섬기는 일을 하게 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에서 쓴 편지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하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이,

실천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중요하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이다.”

 

그렇습니다. 상대방이 있는 자리에 같은 처지로 함께 있기! 바로 그것이야말로 진정 상대를 섬기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렇게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시고 우리를 섬기십니다. 마리아는 지금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예수님의 섬김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주님께 위로가 되어 주겠다며 분주한 마르타가 예수님께 위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께 귀 기울이고 있는 마리아가 예수님께 위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정 당신께서 나를 섬기시도록 허용하는 일, 당신께서 나를 사랑하실 수 있도록 자신을 승복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당신을 섬기는 일입니다. 곧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꼭 한 가지, 그것은 자신을 그분께 내어드리고, 주님을 주님으로 모셔 들이는 일, 주님께서 나를 섬기시도록 수락하는 일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정작, 하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無爲而無不爲의 단계, 곧 무위(無爲)의 도(道)일 것입니다.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음에도 사실은 전부를 하는 신령스런 도(道)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섬김은 주님을 주님 되시게 해 드리는 일인 것입니다. 아멘.

 

 

 

-오늘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루카 10,42)

 

주님!

이 한 가지로 하여, 가난을 기쁨으로 살겠습니다.

당신께 속한 자만이 진정 가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한가지로 하여, 낮추어 섬기겠습니다.

속한 자만인 진정 낮아질 수 있고 , 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에도 전부를 하는 이 신령스런 일이

바로 당신의 소유가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실상 필요한 한 가지,

주님이신 당신을 주님 되게 하는 일, 바로 그 일만 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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