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07 조회수2,825 추천수12 반대(0)

한 달 전에 어머니께서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9년 전에는 아버님께서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평생 그토록 사랑하셨으니 하느님의 품에서 두 분이 반갑게 만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잘 몰랐는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니 가슴이 뻥 뚫린 느낌입니다. 동료 사제들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 의지할 곳이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렇듯이 저의 어머니께서도 평생 가족들을 돌보며 사셨습니다. 장례미사 때 유족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부모님의 뜻을 받아들여 형제들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십시오. 부모님께서 신앙 안에서 사셨으니 신앙에 충실하십시오. 고인을 위해서 기도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십시오.” 저도 제가 강론 때 말하였던 것처럼 형제들과 화목하게 지내려 합니다. 사제의 직무에 충실하려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보좌신부 때입니다. 인사이동으로 중곡동, 용산, 세검정, 제기동에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가기 전에 먼저 성당에 가서 기도하셨습니다. 아들 신부가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하셨습니다. 제가 있을 때는 한 번도 오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의 길을 미리 준비하였던 것처럼 어머니께서는 제가 가야할 본당에 미리 가셔서 어머니의 방법으로 준비하셨던 것 같습니다. 본당신부 때입니다. 신자 수가 적었습니다. 평일 미사에는 5명 정도 나왔고, 주일에도 50명 정도 나왔습니다. 사제관에서 근무할 사람을 구할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 같이 지내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3년 동안 저와 함께 지내셨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셨던 아버님께서도 3년 동안 혼자 지내셨습니다. 자식을 위한 사랑은 아버님과 어머니가 같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게 따뜻한 밥을 해 주셨습니다. 항상 저보다 먼저 일어나셨고, 저보다 늦게 주무셨습니다. 레지오도 하셨고, 교리도 가르쳐 주셨고, 세례식 때는 대모가 되어 주셨습니다. 교우들도 어머니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아픈 사람을 찾아가서 기도해 주셨습니다. 아버님도 가끔씩 어머니를 보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어르신 복사단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어르신들과 장기도 두시고, 집으로 가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혼자 집으로 돌아가시는 아버님의 마음이 허전했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버님은 강하신 분이기에 아무렇지도 않으셨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저를 도와 주셨고, 아버님께서는 지혜로 제게 길을 보여 주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담벼락 너머에 있던 은행나무의 가지를 잘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바람이 불어, 비가 내리면 가지가 부러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지나가다 사람이 다치면 성당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못하였습니다. 사목회 총무와 함께 가지를 잘랐습니다. 수녀원 마당에 꽃을 심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꽃을 보면 수녀님의 마음이 맑아 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수녀님이 기분이 좋으면 기쁘게 일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못하였습니다. 사목회 총무와 함께 채송화, 나팔꽃, 봉숭화, 코스모스를 심었습니다. 꽃을 보니 제 마음도 맑아졌습니다. 이제는 두 분 모두 하느님의 품에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오늘 주님께 청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 죽은 모든 영혼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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