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1, 5-13(연중 27주 목)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빠, 아버지”께 기도할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아버지께서는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넉넉히 주시는 분이심을 가르쳐주십니다.

먼저, ‘한밤중에 찾아온 벗에 대한 비유’를 통해, 잠을 자던 사람도 벗의 끈질긴 간청에는 마지못해 들어주거늘, 하물며 주무시지도 않으며 오히려 잠든 우리를 깨워 간청하게 하시는 아버지께서는 더 좋은 것을 주시리라 말해줍니다. 그러니, 이토록 넉넉히 들어주시는 아버지께 기도하라 하십니다.

“청하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10)

<첫째>, ‘청하라’는 것은 입으로, 곧 말로 간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곧 희망하고 열망한 바를 자신이 아닌 아버지께 두고 겸손하게 청하라는 말씀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필요한 것을 먼저 아시고, 우리가 그것을 청하기를 바라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기와 욕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청할 줄을 알아야 할 일입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희망이 아니라 아버지의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무엇을 찾느냐?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요한 1,58) 하고 묻고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진정 원해야 할 것을 원하고, 청해야 할 것을 청해야 할 일입니다.

<둘째>, ‘찾아라’는 것은 몸으로 수고로움을 바치는 것을 말합니다. 곧 먼저 믿고 믿는 바를 찾으라는 말씀입니다. 믿지 않는 바를 찾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하고, 먼저 우리를 찾아 나서십니다. 그래서 이사야 예언자는 “그들이 부르기도 전에 내가 대답하고, 그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가 들어주리라.”(이사 65,24)라고 말합니다. 이를 베네딕도 성인은 “네가 나를 찾아 부르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나 여기 있노라’ 하고 말씀하시는 분”(베네딕도 규칙서 머리말 18)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길을 벗어나더라도, 그분은 충실하고 신실하시게 우리를 믿고 기다리십니다. 비록 우리가 불신과 의혹에 빠져도 결코 우리에게서 믿음을 거두지 않으시고 끝까지 항구하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실, 우리의 믿음이 아니라, 주님의 믿음에 의탁하여 찾아나서야 할 일입니다.

<셋째>, “두르려라”는 것은 가슴으로, 곧 사랑으로 노크하는 것을 말합니다. 당신께서 사랑으로 마음을 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주님께서는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이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 3,20)라고 먼저 사랑의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고 계십니다.

이토록 우리는 말과 몸(행동)과 가슴으로, 희망과 믿음과 사랑으로, 아버지께 기도합니다. 곧 말로 희망하는 바를 청하고, 행동으로 믿는 바를 찾으며, 마음으로 사랑하는 바를 두드립니다. 우리 주님이 아니시면, 그 누구도 우리를 구할 자도, 열 자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청한 것보다도 “좋은 것”(마태 7,11), “성령”(루카 11,13)을 주실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청한 것, 그것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주시고 싶은 좋은 것을 주실 것입니다. 뱀이 아닌 생선, 곧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불신과 분리를 조장하는 교활한 뱀이 아닌 거센 파도에도 상하지 않고 온 몸을 맡기는 일치와 믿음의 생선을 주실 것입니다. 전갈이 아닌 달걀, 곧 뒤꼬리에 독침을 품고 있어 뒤를 경계하게 하는 전갈이 아닌 병아리를 탄생시킬 앞을 바라보게 하는 희망의 달걀을 주실 것입니다. 돌이 아닌 빵, 곧 단단하여 도저히 삼킬 수 없는 돌이 아닌 생명을 살찌울 사랑의 부드러운 빵을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참으로 “좋은 것”(마태 7,11), “성령”(루카 11,13)을 주실 것입니다. 당신의 영을 주실 것입니다. 아멘.

-오늘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청하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루카 11,9)

주님!

희망할 줄을 알게 하소서! 그 희망을 당신께 두게 하소서!

제 희망이 아니라 당신이 희망하는 바를 청하게 하시고;

당신의 희망이 이루어지도록 제가 응답하게 하소서!

말로만 청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이신 당신을 몸으로 찾게 하시고,

진리 안에서 행동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진리의 문을 한결같은 사랑으로 두드리게 하소서!

우리를 가로막은 장막을 찢으시고, 서로가 열리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