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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29 조회수2,113 추천수13 반대(0)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릇 세상을 다스리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가정과 몸을 잘 돌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잘 지은 댐도 작은 구멍에서 물이 새면 나중에는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댐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시로 관리를 해야만 댐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개인주의가 강하고, 본인의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정치인의 가족 이야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법적인 문제도 있지만 도덕적인 기준도 엄격하게 적용하는 편입니다. 유력 정치인의 자녀, 배우자, 부모님의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고, 그것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장인의 이력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장인이 좌익운동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상대 후보는 집중적으로 그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노무현 후보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노무현 후보의 말은 언론에 보도되었고 상대 후보는 더 이상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후보 경선에 승리한 노무현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2019년과 2020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는 것들이 있습니다.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한 이야기입니다. 장관의 아들과 딸이 고등학생 때 표창장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아직 재판 중이지만 장관이 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입니다. 재판이 끝나고 표창장을 받은 것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장관의 아들이 군대에서 휴가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국방부에서도 합법적인 휴가라고 했고, 검찰에서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 그것을 보도한 언론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것입니다. 공인은 그런 검증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장관의 배우자가 해외여행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장관의 배우자가 아니라면 언론에서 보도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장관은 남편의 문제로 송구하다고 하였습니다. 미국이라면 아마 언론에서 보도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가치는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살아 있습니다. 도덕적인 기준과 가치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 그것 때문에 정책과 정책을 수행하는 능력을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책과 능력보다는 정치인의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안식일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와 같은 삶의 기준입니다. 안식일의 규정과 법규를 어기면 죄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안식일의 규정을 잘 알았습니다. 안식일을 지킬 수 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리와 가난한 사람들은 안식일의 규정을 잘 몰랐습니다. 알았다고 해도 삶의 자리에서 지키기가 어려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문제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논쟁이 있었습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과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의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의 규정도 중요하지만 안식일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의 의미를 단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안식일에 아픈 사람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안식일의 규정보다는 아픈 사람이 치유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는 박해시대에도, 전쟁 때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사를 중단했습니다. 가장 거룩한 시간인 성주간, 성삼일,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교우들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안식일의 규정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교우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내가 기도하는 것은, 여러분의 사랑이 지식과 온갖 이해로 더욱더 풍부해져 무엇이 옳은지 분별할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날을 맞이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오는 의로움의 열매를 가득히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는 것은, 이웃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무수한 저의 실수와 잘못을 덮어 주시고,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자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실수와 작은 잘못이 아니라, 이웃과 하느님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내는 죄를 지었어도, 참고 기다려 주시는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의 실수와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깨닫고, 나 또한 나에게 잘못한 이들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이것이 의로움의 열매를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리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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