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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30.“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느냐?”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30 조회수1,521 추천수2 반대(0) 신고

 

루카 14, 1-6(연중 30 금)

 

낙엽이 하늘에서 내려와 발길에 밟힙니다. 10월이 저물어 가고, 가을도 저물어 갑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낙엽이란 시가 떠오릅니다.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 보게 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바리사이 지도자의 집에 초대되어 식사하시게 되었는데, 수종을 앓는 사람이 그분 앞에 있었고, 바리사이들은 “그분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루카 14,1). 그날은 안식일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꼬투리를 잡아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동원된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사실, 이전에도 ‘손 오그라든 환자를 치유하신 장면’(루카 6,6-11)과 ‘허리 굽은 여인을 치유하신 장면’(루카 13,10-17)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치유하시는 것을 올가미에 걸어 체포하려고 결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오히려 자신들이 파놓은 함정으로 몰아넣으십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느냐?”(루카 14,3)

 

그런데, “그들은 잠자코 있었습니다.”(루카 14,4). 왜냐하면, 이 치유를 인정하면 ‘안식일에 일해서는 안 된다’는 율법에 대한 전통을 어기는 것이 될 것이요, 인정하지 않으면 이웃의 불행에도 자비와 선행을 베풀지 않는 비정한 인간임이 드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한 마디 말씀도 하시지 않고, “수종을 앓는 이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셨습니다.”(루카 14,4), 그리고 물으셨습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루카 14,5)

 

여전히,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습니다.”(루카 14,5). 자신들이 파놓은 함정에 오히려 자신들이 말려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실, 율법에 따라 일을 맡은 관리인들은 안식일에도 정해진 희생제물을 잡고 모든 의식을 행할 수 있도록 안식일에 일하는 것을 금하지 않았고, 또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경우에는 안식일 법규를 지키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일과 선행을 하는 일과 자비를 베푸는 일까지도 이 원칙을 확대시키십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병을 고쳐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음은 죽이는 것과 같고, 할 수 있는데 선행을 하지 않는 것은 남을 해치는 일과 같음을 깨우쳐주십니다.

이 말씀은 ‘주일’이라 해서, 마냥 게으르기 쉬운 우리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줍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에서처럼, 이 가을,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를 깨우쳐줍니다.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줍니다.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자신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아멘.

 

 

 

-오늘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느냐?”(루카 14,3)

 

주님!

당신은 결코 사랑을 멈추지 않으십니다.

안식일 율법 앞에서도, 올가미를 씌우려 지켜보고 있는 이들 앞에서도,

당신은 결코 사랑을 멈추시는 법이 없으십니다.

합당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합당한 까닭입니다.

사랑스러워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사랑스러운 까닭입니다.

살아계시기에 생명이시며 생명을 주시듯,

사랑하시기에 사랑이시며 사랑을 베푸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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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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