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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신부님(연중 제30주간 토요일) 우리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 최선의 태도는 겸손 뿐입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30 조회수1,555 추천수3 반대(0) 신고

 

우리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 최선의 태도는 겸손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한 거물급 바리사이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 음식을 잡수시고 계실 때, 참으로 볼썽 사납고 꼴불견스러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유다인들의 식사 문화는 독특했습니다. 디귿자(ㄷ) 모양으로 식탁이 길게 배치되었고, 트인 곳을 통해 종들이 음식을 나르거나 서빙을 했습니다. 만찬의 주인은 가장 한 가운데 자리를 잡았고, 손님들은 주변으로 쭉 둘러 앉았습니다.

 

그런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다들 나름 한 가닥, 한 자리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나 봅니다. 누가 율법학교 선배인지, 누가 더 연장자인지, 누가 더 서열이 높은지에 따라, 주인과 더 가까이 앉았습니다.

 

물론 그런 관례는 오늘날 관료 사회 안에서도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어떤 분이십니까? 그런 외적, 형식적, 가식적인 관례나 전통을 혐오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자연스러움의 극치, 겸손의 극을 달리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서로 정담을 나누고, 서로 삶을 나누고, 서로 친교를 나누는 자리가 만찬 자리입니다. 예수님 보시기에 그런 자리에서 조차 ‘누가 높은지? 나는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 저 친구는 왜 나보다 서열이 낮은데, 저 위쪽에 앉아있지?’ 하고 신경쓰며 스트레스를 받는 유다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게 보였을 것입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복음 14장 8절, 11절)

 

생각으로는 쉽지만 삶 속에서 실천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덕이 겸손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겸손의 덕은 언제나 하느님과의 관계를 기초로 시작됩니다.

 

겸손의 덕을 지니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얼마나 큰 것인지? 그분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를 알아야겠지요. 그 다음 단계로 그에 비해 나란 존재는 얼마나 작고 미소한 존재인지를 파악해야겠습니다.

 

절대자이신 하느님 앞에 나는 지극히 상대적인 존재이며, 필연적이신 하느님 앞에 나는 우연적인 존재입니다. 무한하신 하느님 앞에 나는 유한한 존재이며, 무죄하신 그분 앞에 나는 죄투성이인 존재입니다.

 

이 모든 상황들을 종합해보니 결국 우리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 최선의 태도는 겸손 뿐입니다. 아무런 자격도 없으면서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무상으로 초대받은 우리는, 크신 그분의 은총에 그저 감지덕지하면서 맨끝자리라 할지라도 감사하면서 앉아야겠습니다.

 

주제넘게 자신을 끝도 없이 올려놓고, 하느님께 속하는 것을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겸손과는 가장 거리가 먼 사람들이며, 무상으로 주시는 하느님 은총의 선물을 받기에 합당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겸손의 덕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덕이니, 지상에서 부터 겸손의 덕을 갖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겸손의 덕은 특별한 사람들만 갖춰야 하는 덕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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