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02 조회수2,082 추천수13 반대(0)

요즘 재미있게 보는 지정 생존자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 대행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지도자는 상황에 반응하기보다는 상황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경험이 없는 대통령 직무대행은 상황을 이끌기보다는 상황에 반응하기에 바빴기 때문입니다. 본당에서도 그렇습니다. 사목계획을 세우고, 미리 예산을 책정하고, 피정을 통해서 1년을 준비하면 상황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본당으로 부임하면 상황을 이끌기 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본당 신부도 신자들과 공동체의 상황에 익숙해져야 했고, 교우들도 본당 신부의 사목 방향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상황에 이끌리기보다는 상황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국가의 방역 정책인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를 잘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방역은 3T에 있었습니다. “조사(Trace), 검사(Test), 치료(Treatment)"입니다.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통하여 대상을 선별하였고, 신속하게 검사하였고, 치료하였습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 이끌렸던 나라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았고, 무증상인 사람도 많았고, 조사의 범위를 넘어서면 검사하거나, 치료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직무대행은 전직 대통령에게 국무장관의 직책을 제안하였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월권이 있을 수 있고, 전직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의지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국가의 상황이 위급했기 때문에 부탁하였습니다. 전직 대통령도 새로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국가의 최고지도자였던 사람이 대통령 직무대행에게 명령을 받아야 하는 것이 자존심이 꺾일 수도 있었지만 국가의 상황이 위급했기 때문에 받아들였습니다. 직책과 직위가 사람의 인격과 인품을 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당 신부로 있다가 보좌 신부의 직책을 받아들이는 신부님을 보았습니다. 오랜 사목 경험이 있기에 본당 신부를 도와서 기쁘게 사목을 하였습니다. 교우들도 신부님과 공동체를 이루며 잘 지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직책은 보좌신부이지만 인격이 보좌신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모두 직책에 관계없이 복음을 선포하는 사목자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책과 직위로 인격과 인품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교구 사제들도 훨씬 풍요로운 사목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 사제들에게 더 많은 사목의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자존심과 선입견을 버릴 수 있다면, 교만과 욕심을 버릴 수 있다면 상황에 반응하며 이끌리기 보다는 상황을 예측하고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시면서 하느님의 뜻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종의 모습을 취하시면서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신앙인은 예수님의 순종과 겸손을 마음에 간직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 받지 못하는 사람을 안타까워하십니다. 현실에 안주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교만과 선입견으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받아들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상황에 이끌리기보다는 상황을 이해하고 이끌 수 있다면, 순종과 겸손으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길을 따라갈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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