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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03 조회수1,903 추천수9 반대(0)

성소국장으로 있을 때입니다. 예비 신학생들 중에 교구장 추천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이 2명 있습니다. 나이가 많지만 사제가 되기에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성적은 조금 부족하지만 사제가 되기에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추천을 하였습니다. 대부분은 신학교에서 받아주지만 선발의 권한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었습니다. 본당 신부로 있을 때입니다. 가톨릭 대학교에 입학하려는 본당 학생들 중에 추천서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신앙생활에 충실한 경우, 학생이 본당 주일학교에 열심히 나온 경우에 추천서를 써 주곤 하였습니다. 추천서를 써 주지만 역시 학생의 선발권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었습니다. 교구에 있을 때입니다. 직원을 뽑는 경우 본당 신부님의 추천서를 받습니다. 같은 추천서가 있어도 직원의 선발은 전적으로 교구의 부서에서 하였습니다. 추천서는 선발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상자의 실력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추천서가 아니라, 선발하는 기관의 의지였습니다.

 

세상의 일에는 분명 아빠찬스, 엄마찬스, 배우자찬스가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그런 표현을 쓰곤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자녀들은 부모님의 성격을 닮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자녀들은 부모님의 영향을 받습니다. 배우자의 능력, 성격은 결혼 생활에 큰 영향을 줍니다. 저는 어머님의 성격을 많이 닮았습니다. 아버님의 체질은 똑같이 닮았습니다. 아버님은 지혜롭고 강한 성격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유순한 성격이었습니다. 주도하기보다는 따라가는 편이었습니다. 아버님은 혈압이 높았고, 치아가 좋지 않았고, 머리카락일 일직 하얗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혈압도 정상이었고, 치아가 좋았고, 머리카락도 검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버님의 성격과 어머님의 체질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저의 성격과 체질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성격이 사목에 도움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적당한 운동과 습관으로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 보좌 신부 때 7분의 본당 신부님을 모셨습니다. 어떤 분은 엄격함으로, 어떤 분은 관대함으로, 어떤 분은 성실함으로, 어떤 분은 기도로, 어떤 분은 말씀으로 제게 사제의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3분은 하느님 품으로 가셨고, 2분은 은퇴하여서 원로사목자가 되셨고, 2분은 열정적으로 사목하고 계십니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시련과 고통은 디딤돌로 생각하면 좋습니다. 행운과 축복은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면 좋습니다.

 

신앙 안에서 하느님과 만나는 일에는 추천서와 찬스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성별, 나이, 피부색, 학연, 지연과 상관없이 하느님 앞에 똑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그대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나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충실하게 질 수 있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소유보다는 존재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어진 현실에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나치게 교만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주님의 제자가 되는 길을 말하고 있습니다.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니십시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힘쓰십시오.” 신앙은 은총을 받는 것이지만, 신앙은 받은 은총을 이웃들에게 나누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의 실천입니다. 신앙은 나와 나의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는 한 형제요 자매라는 연대의식을 키워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나의 십자가는 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한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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