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06 조회수1,938 추천수11 반대(0)

예전에 엄마의 바다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1993년도에 제작되었으니 27년 전의 드라마입니다. 중견기업의 사장이었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가족들은 2층 양옥집에서 지하 단칸방에서 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이 풍족하였던 가족들은 이제 모든 것을 어렵게 구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방에서 지내다가 식구들이 모두 한 방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학업을 포기하고 직장을 구해야 했습니다. 자가용으로 다니고,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만원버스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다녀야 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현실의 삶은 냉정하였습니다. 큰 딸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길을 찾아 나서지만 둘째 딸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면서 지냈습니다.

 

엄마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가면서 가족들을 보살폈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엄마의 바다였습니다. 엄마는 오늘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한 것처럼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았습니다.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아는 것 같았습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아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습니다. 그러기에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남몰래 눈물을 흘렸습니다. 엄마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시련과 아픔을 가슴에 품을 수 있었던 것도 가족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본당 신부가 돼서 갔던 성당은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교우들의 수도 많지 않았습니다. 평일 미사에는 10명 미만이 참석하였습니다. 주일 미사에는 군인을 포함해도 100명이 넘지 않았습니다. 3년간 지내면서 제게는 가장 행복했던 사제 생활이었습니다. 교우들과 가족처럼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재정적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가정 방문 중에 태권도 사범을 알게 되었습니다. 본당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해서 태권도를 시작했습니다. 7명이 시작한 아이들은 100명이 넘었습니다. 아이들이 성당에 오면서 부모님들도 세례를 받았습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비디오 대여를 본당에서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성당에 와서 차를 마시고, 비디오를 빌려갔습니다. 차량 봉사단을 조직해서 멀리 있는 교우들을 주일이면 모셔왔습니다. 3년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차량 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입니다.

 

지구장 신부님께서 사제성화의 날에 사목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신부님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거절했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자꾸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정말 편안하게 본당에서 지냈던 일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태권도 이야기도 했고, 차량봉사단 이야기도 했고, 비디오 이야기도 했고, 농산물 직거래 이야기도 했습니다. 몇 달이 지났을 때입니다. 교구 사목국에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국장 신부님이 찾아왔습니다. 크게 내세울 것도 없는데 교구에서 저를 찾아오니 난망했습니다. 인사이동은 교구장님의 결정사항이니 인사이동이 나면 따르겠다고 하였습니다. 교구 인사이동으로 사목국에서서 3년 동안 교육담당 업무를 하였습니다. 10분 강론은 하였지만 2시간 강의를 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도 생기고, 여유도 생겼습니다. 20년 전의 일이지만 생각하면 모든 것이 감사할 일입니다.

 

미국에서 신문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종이 신문을 보는 분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년 동안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한 것처럼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다.’는 마음으로 지내려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도 그 가난으로 부유해지게 하셨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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