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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10 조회수2,209 추천수11 반대(0)

하느님께서는 제가 생각하지 않은 방법으로 제게 길을 보여 주신 적이 많습니다. 몸이 조금 피곤하고, 지쳤을 때입니다. 일주일 전에 잡힌 약속을 취소하기 어려웠습니다. 신부님들과 전임 사목위원들과의 약속이었습니다. 하루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일정을 취소한다고 하였습니다. 당일 날 날씨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었습니다. 2020년의 코로나19는 신문사의 운영에도 커다란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신문 홍보는 신문사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되는데 전혀 홍보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신문의 광고도 도움이 되지만 예년에 비해서 광고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저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함께 지내는 사제들과 돈독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부르클린 한인 공동체의 미사를 도와 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마음이 있어도 할 수 없었습니다. ‘주사위는 사람이 던지지만 결정은 하느님께서 하신다.’는 잠언의 말씀을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오늘 옷이 젖는 경우도 없습니다. 아직 내리지 않는 비 때문에 우산을 쓰는 경우도 없습니다. 근심과 걱정보다는 감사와 희망으로 사는 것이 좋습니다.

 

이민 초기에 한인 성당이 생길 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을 도와서 열심히 일하였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겨울 여행을 가는 문제로 의견이 나뉘었다고 합니다. 주말에 가면 가족들이 모두 함께 갈 수 있고, 미사를 봉헌할 수 있으니 주말에 가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주중에는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교우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주중에 갈 수 있는 사람만 가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갈 수 있는 사람만 가자고 하였습니다. 주일에는 본당 미사를 비울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결정은 본당 신부님의 몫이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하였고, 그 뒤로 본당의 봉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늦은 나이였지만 다시 대학에 입학하여 교사가 되었고 학생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한인 공동체에 한국학교가 생겼고, 아이들은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열정이 결실을 맺어서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고등학교 교과에 채택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비록 신부님과 의견이 달라서 섭섭했지만 돌아보면 이민사회에서 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라는 말이 제게는 깊은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부부는 함께 사는 것이 기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하지만 부부는 엄연히 이심이체(二心異體)’입니다. 단정하고 깔끔해서 좋았고, 자유롭고 편해서 좋았지만 결혼하면 깔끔한 것은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것은 질서를 깨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과 몸을 가진 사람이 부부가 되어 사는 것이 기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삶이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사는 것이 부부입니다. 삶의 기반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직업이 다른 사람들이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을 때 문제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호의와 인간애가 드러난 그때,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한 의로운 일 때문이 아니라 당신 자비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거듭나고 새로워지도록 물로 씻어 구원하신 이 성령을 하느님께서는 우리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풍성히 부어 주셨습니다.” 나의 의로움 때문에 공동체가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때문에 공동체는 부족함에도 하느님께로 나가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질문을 하십니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가십시오.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원하였습니다.” 이제 단순히 피부가 깨끗해 진 것을 넘어서 영혼이 구원받았음을 선포해 주십니다. 우리는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과 우리들의 뇌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눈은 사물을 바라보는 창문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렇게 기쁘고, 감사하고, 고맙게 보일 것입니다. 원망하는 마음으로,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시기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이비귀환으로 보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있는 곳에, 우리들의 몸도 있는 것입니다.

 

당신 이름 위하여, 나를 바른길로 이끌어 주시네.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 저에게 위안이 되나이다. 모든 일에 감사하여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너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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