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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제32주간 토요일) 은총을 청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13 조회수1,735 추천수5 반대(0) 신고

 

은총을 청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루카 복음 18장 6~8절)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시는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의 결론 말씀을 묵상하다가, 저희 살레시오회 복자(福者) 아르헨티나 출신 아르테미데 자티(Artemide Zatti) 수사님(1880~1951)의 생애가 떠올랐습니다.

 

자티 수사님의 성소 여정을 참으로 험난했습니다. 그는 당시로서는 늦깎이 성소자였습니다. 스무살 되던해 살레시오회에 입회하게 되는데, 공동체 원장은 그에게 작은 소임 하나를 맡깁니다. 폐결핵을 앓고 있던 한 젊은 사제를 간호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결핵이 치명적이고 감염 위험이 높던 병이었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몸을 사려가면서 간병을 했었으면 좋으련만, 뭐든 적당히 하는 법을 몰랐던 자티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도 결핵에 감염되어 사경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자티는 비에드마에 있는 산호세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거기서 그는 사제이자 의사인 에바리스토 가로네 신부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게 됩니다. 당시 자티는 기도를 열심히 바쳤는데, 그냥 기도가 아니라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친 기도, 목숨을 건 기도를 바쳤습니다.

 

“사랑하는 성모님, 부디 제 병을 낳게 도와주십시오. 만일 치유의 은총이 제게 주어진다면, 제 남은 생애를 가장 가련한 환우들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간절한 기도 덕분이었던지 자티는 기적적으로 치유가 됩니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오랜 세월 꿈꾸어왔던 사제의 길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어떤 분이십니까? 탈출구가 가로막혀 울고 앉아있는 우리에게 슬그머니 다가오시는 분, 따뜻이 우리의 등을 두드려주시고, 힘내라 속삭이시면서, 또 다른 비상구 하나를 살짝 열어주시는 분이십니다.

 

사제의 길이 가로막힌 자티에게 주님께서는 평수사로서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자티는 우선 죽을 목숨이었던 자신을 병에서 구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목표를 세웠습니다. 비에드마 산호세 병원에서 가장 가난한 환우들의 자상한 목자가 되는 목표를 말입니다.

 

환우들과 고통 당하는 이들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굳게 확신했던 자티 수사는 가족도 없고, 돈도 없는 위중한 환자가 병원을 찾아올 때 마다, 함께 일했던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간호사 선생님, 좋으신 주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셨습니다. 주님을 위해 침대 하나 마련해주십시오.”

 

자티 수사의 머리 속은 자나깨나 환자들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찾아오시는 주님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루 온종일 강도 높은 병원 근무를 마치고 나면, 습관처럼 아주 낡은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병원조차 찾아올 힘이 없는 환자들을 왕진하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자티 수사의 자전거 핸들 한쪽에는 언제나 오래된 묵주가 하나 걸려있었는데,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중증 환우들, 다시 말해서 변장하고 찾아오신 주님을 위한 묵주 기도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저의 이 병에 대하여 저는 하느님께 항상 감사를 드릴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질병은 영적이든 물질적이든 저의 선익을 위하여 하느님이 허락하신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총을 청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많이 청하는 사람은 많이 받고, 적게 청하는 사람은 적게 받으며, 아무 것도 청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 것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으신 우리 주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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