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받은 맏아들의 권리는 완전한가?

"레베카는 자기가 집에 가지고 있던 큰아들 에사우의 옷 가운데 가장 값진 것을 꺼내어, 작은아들 야곱에게 입혔다." (창세 37,15)

엘리야 예언자가 엘리사에게 예언직을 넘겨 줄 때에 보면 자기의 겉옷을 걸쳐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엘리야가 엘리사 곁은 지나가면서 자기 겉옷을 그에게 걸쳐 주었다."(1열왕 20,19 참조) 그리고 신약에서 보면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시고 난 후에 자주색 옷을 입히고 조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분께 자주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머리에 씌우고서는,"(마르 15,17 참조) 그러니까 당시 임금이 자주색 옷을 입었었습니다. 우리 나라 사극에서도 보면 임금은 빨간색 용포라고 해서 아무튼 빨간색을 임금이 입었듯이 당시 로마 왕도 자주색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을 유다인의 임금이라는 의미에서 자주색 옷을 입힌 것이지요.

아무튼 이렇게 누군가에게 어떤 옷을 준다는 건 그에게 어떤 권리를 위임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레베카가 큰아들 에사우의 옷 가운데 가장 값진 것을 꺼내어, 작은 아들 야곱에게 입혔다는 의미 안에는 이미 에사우의 맏아들의 권리가 작은아들 야곱에게로 넘겨졌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야곱은 먼저 어머니 레베카에게 에사우의 옷 가운데 가장 값진 옷을 받음으로써 이미 맏아들의 권리를 위임받았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 이사악으로부터도 맏아들의 축복을 받았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으로부터 맏아들의 권리를 넘겨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에사우가 야곱에게 빵과 불콩죽을 먹고 맏아들의 권리를 팔았지만요.

아무튼 그럼으로써 야곱은 맏아들인 형으로부터 맏아들의 권리를 샀고, 어머니 레베카가 에사우의 옷을 야곱에게 입힘으로써, 그리고 아버지 이사악의 축복으로써 삼박자가 딱 맞는 맏아들의 권리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야곱이 받은 맏아들의 권리는 야곱의 거짓말이라는 흠이 있기는 하지만 흠이 없는 권리를 받았다는 의미도 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좀 이해가 난해하지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