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1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30 조회수2,215 추천수12 반대(0)

지난 111일 위령성월이 시작되는 첫날이었습니다. 제가 미사를 도와드리고 있는 부르클린 한인 성당에는 같은 날 유아세례와 연도가 있었습니다. 태어난 지 10개월 된 아이를 위한 유아세례였습니다. 코로나19로 미사 참석 인원이 10명으로 제한되었습니다. 아이는 코로나19를 모를 것입니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세례를 받으면서 가족들도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한 아이의 세례가 닫혀있던 가족들의 신앙을 다시 열었습니다. 아이의 앞날에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했습니다. 유아세례를 마치고 세상을 떠나신 고인을 위하여 장례식장으로 갔고 연도를 바쳤습니다. 손에는 묵주를 들고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고인을 보았습니다. 고인의 큰 딸은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해 주신 교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제 아픔도, 고통도, 슬픔도 없는 곳에서 잘 지내시기를 바란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아이는 축복 속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한 영혼은 기도를 받으며 천상의 영원한 나라로 가셨습니다. ()과 사()는 둘이 아니라 하나인 것 같았습니다.

 

1968년도에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서 제작된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머나먼 우주에서 생을 마감하는 주인공은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서 지구로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영화는 철학적인 주제를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플라톤의 철학, 니체의 철학을 담아냈습니다. 표범을 피해서 동굴 속에 있던 유인원은 밖으로 나왔고 도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구를 가진 유인원은 표범을 이길 수 있었고, 물을 차지하려는 다른 유인원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유인원이 도구를 이용하게 된 것은 동굴 속에 있던 모노리스였습니다. 모노리스는 유인원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존재가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모노리스는 유인원의 지적인 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우리는 허상을 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동굴에서 나오면 참된 진리를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그의 저서에서 초인(超人)’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초인이 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육사는 그의 시 광야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물이 비로소 길을 열엇다. 지금 눈 나리고 梅花香氣(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千古(천고)의 뒤에 白馬(백마)타고 오는 超人(초인)이 있어 이 曠野(광야)에서 목노아 부르게 하리라.”

 

도구를 이용한 인류는 문명과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도구는 예술이 되었습니다. 성당과 사원이 되었습니다. 인류의 이성과 감성은 도구를 만나면서 화려한 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구는 총과 칼이 되었고, 비행기와 군함이 되었고, 대포와 미사일이 되었습니다. 도구를 선점한 인류는 유인원과 다른 생명을 하급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 원주민도 하급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였고, 아름다운 지구는 식민지 쟁탈의 싸움터로 변하였습니다. 도구는 문명과 문화를 만들어내는 축복이었지만 도구는 욕망과 야만을 드러내는 무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허상이 가득한 동굴에서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여전히 폭력과 전쟁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야 할 지구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습니다. 가난해서, 병들어서 죽어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종교, 신념, 세대, 민족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오늘의 성서말씀은 우리가 욕망과 야만의 동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초인의 눈에는 우리들 또한 저급한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충분히 아름답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 그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르리니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 그는 주님을 경외함으로 흐뭇해하리라. 그는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판결하지 않고 자기 귀에 들리는 대로 심판하지 않으리라. 힘없는 이들을 정의로 재판하고 이 땅의 가련한 이들을 정당하게 심판하리라.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예수님께서는 말씀과 표징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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