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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천벌 받은 백성[14] / 시나이에서 모압으로[2] / 민수기[2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06 조회수1,164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4. 천벌 받아 마땅한 백성(민수 17,1-15)

 

이렇게 세 가족과 그를 따르려했던 이백오십 명을 불로 삼켜 버린 것으로 하느님의 원성은 끝나지 않았다. 아예 씨를 말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흔적을 남겨 다시는 반역이 일어나지 않게 할 참이었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저렇게 벌을 받아 죽은 이들의 향로로 제단을 씌우는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르셨다. 사실 향로들은 하느님에게서 온 불에 닿았기 때문에 거룩하게 되었다. 물론 향로 안에 든 숯 역시 거룩하게 된 것은 마찬가지다.

 

너는 아론 사제의 아들 엘아자르에게 말하여 불탄 자리에서 향로들을 모으게 하고, 불은 멀리 흩어 버려라. 그것들은 거룩하게 되었다. 죄를 지어 목숨을 잃은 이 사람들의 향로는 주님 앞에 가져왔던 것으로 이미 거룩하게 된 것이니, 두드려 펴서 제단을 씌워,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표징이 되게 하여라.” 엘아자르 사제는 타 죽은 이들이 주님 앞에 가져왔던 청동 향로들을 거두어, 두드려 펴서 제단에 씌웠다.

 

그리하여 그것은 주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이르신 대로, 아론의 후손이 아닌 속인이 주님 앞에 향을 피우러 다가갈 수 없고, 그렇게 하였다가는 코라와 그 무리처럼 된다는 것을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되었다. 이렇게 거룩하게 된 향로를 일일이 펴서 제단에 씌워졌다. 이는 코라와 그 일행이 저지른 반역은 철저하게 처벌되었으며,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께서 모세를 그들의 지도자로 인정하였음을 나타내었다.

 

이튿날, 이스라엘 자손들의 온 공동체가 모세와 아론에게, “당신들은 주님의 백성을 죽였소.” 하며 투덜거렸다. 이렇게 코라를 위시한 세 가족과 그를 따르려했던 이백오십 명을 불로 삼켜 버린 것으로 하느님의 원성을 드러내 보였지만, 그들은 여전히 하느님에게로 완전하게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들의 마음은 심지어 하느님의 추상같은 위엄 앞에서도 그분을 경외는커녕, 오히려 모세와 아론을 탓하며 비난했다.

 

어떻게 그들이 이렇게까지 영적으로 눈이 멀 수가 있을까? 하느님께서는 아예 반역자들의 씨를 말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흔적을 완벽하게 근거로 남겨 다시는 반역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였는데도 말이다. 만일 우리도 하느님의 그 큰 은혜를 망각한 채, 그분으로부터 돌아선다면 우리 역시 엉뚱한 해석을 퍼뜨릴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 역시 그 준엄한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다시 불만을 터뜨리는 공동체가 모세와 아론에게 몰려오자, 둘은 만남의 천막을 향하여 돌아섰다.

 

그때에 구름이 천막을 덮고 주님의 영광이 나타났다. 모세와 아론이 만남의 천막 앞으로 가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이 공동체에게서 물러서라. 내가 그들을 한순간에 없애 버리겠다.” 그러자 그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누구보다도 겸손한 모세는 하느님의 노여움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순간 직감했다. 그는 백성의 지도자답게 이 위기에서 공동체의 피해를 최소화시켜야겠다고 판단하고 여느 때처럼 중개 기도가 아닌, 속죄 예식으로 하느님의 추상같은 노여움에서 벗어나려 했다.

 

사실 지금까지 이스라엘 민족은 숱하게 하느님의 권위에 불평불만을 드러내며 만용을 부렸다. 그토록 우상을 섬기지 말랐지만, 틈만 나면 신상을 만들어댔다. 당신이 지명한 지도자에 대들기도 했다. 이렇게 하느님 관점에서 볼 때에, 당신의 뜻에 어긋나는 것은 자동적으로 그에 해당하는 저주를 일반적으로 불러왔다. 이처럼 주님의 법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사실은 생명의 원천에서 잘려 나감을 뜻한다. 물론 그 잘못이 고의가 아닌 경우에는, 그로 말미암아 훼손된 질서가 화해의 제물, 곧 자주 언급되면서도 한 번도 자세하게 서술되지도 않는 속죄 예식을 통해서 복구된다(15,25 참조).

 

그래서 상황이 상황인지라 모세는 다급하게 형님 아론에게 말하였다. “향로를 가져다가 제단 위에 있는 불을 담고 향을 피워, 어서 공동체에게 가서 그들을 위하여 속죄 예식을 거행하십시오. 주님 앞에서 격분이 터져 나와 재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재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일체 언급되지는 않는다. 다만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급성 전염병으로 추측할 뿐이지만, 하느님의 불같은 진노에 기인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아론은 모세가 말한 대로 향로를 들고 공동체 가운데로 뛰어갔다. 백성 사이에서는 이미 재앙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는 향을 넣고 백성을 위하여 속죄 예식을 거행하였다. 그가 죽은 이들과 산 이들 사이에 서자, 재난이 그쳤다. 모세의 부탁으로 형 아론이 자신을 봉헌하려 산 자와 죽은 자들 사이에 뛰어들자 주님의 진노가 가라앉았다. 주님의 백성은 하느님의 심판으로 보호를 받았다. 아론의 속죄 예식으로 하느님의 벌은 멈추었지만, 이 재난으로 죽은 이가 만 사천칠백 명이나 되었다. 이는 코라의 일로 죽은 이들은 뺀 것이다. 이를 잘 설명해 주는 지혜서의 내용이다.

 

의인들도 죽음을 겪는다. 광야에서 많은 이가 재난을 당하였으나, 그 진노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흠 없는 이 하나가 투사로 뛰어들어 속죄의 분향을 들고 나왔다. 그는 그 분노에 맞서서 당신의 종임을 드러내었다. 그가 그 격분을 이겨 낸 것은 육체의 힘도 아니었다. 조상들에게 주어진 맹세와 계약을 상기시키면서 징벌자를 누그러뜨렸다. 사람들이 쓰러져 주검들이 이미 무더기로 쌓였을 때 그가 그 가운데에 서서 격노를 멈추게 하고 산 이들에게 가는 길을 차단해 버렸다.‘(지혜 18,20-23) 재난이 그치자, 아론은 만남의 천막 어귀로 모세에게 돌아왔다.

 

코라의 일행이 대제사장 아론의 직책에 반기를 들어 하느님의 노여움을 사서, 혹독한 벌을 다 받았다. 당사자들은 물론 뚜렷한 영문도 모르는 채 동조한 이도 한꺼번에 몰살당했다.[계속]

 

[참조] : 이어서 ‘15. 싹이 난 아론의 지팡이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향로,반역,속죄 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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