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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싹이 난 아론 지팡이[15] / 시나이에서 모압으로[2] / 민수기[3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07 조회수1,709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5. 아론의 지팡이에 싹이 돋다(민수 17,16-28)

 

코라의 일행이 대제사장 아론의 직책에 반기를 들어 하느님의 노여움을 사서, 혹독한 벌을 다 받았다. 당사자들은 물론 뚜렷한 영문도 모르는 채 동조한 이도 한꺼번에 몰살당했다. 급기야는 이에 불만을 터뜨린 이름 모를 백성도 수만 명이나 죽었다. 그 칼날 같은 재앙이 아론의 속죄 예식으로 마침내 잠잠해졌다. 하느님의 진노가 가라앉았다. 이 재앙을 치루면서 이스라엘인들은 이미 하느님께서 대제사장의 직무를 아론에게 주셨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는 땅 위에 사는 어떤 사람보다 겸손한 모세(12,3 참조)가 형 아론을 대제사장으로 데려온 것은 그가 형제이거나 친족에서가 아닌, 하느님의 뜻이었다는 것을 온 공동체에 누누이 밝혔을 것이다. 이처럼 그는 단지 하느님의 명령에만 순종만 한 셈이다. 그렇지만 이를 계기로 아론 집안이 수행하는 사제직으로 인해 여러 불신이 한꺼번에 분출하여 여러 불상사를 낳았음을 다들 절감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불만 요소를 확실히 종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아론이 당신에 의해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믿게 하려고, 또 다른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일러, 집안마다 지팡이 하나씩, 곧 각 집안의 수장에게서 지팡이 하나씩 열두 개를 거둔 다음, 수장의 이름을 각기 그의 지팡이에 새겨라. 그리고 아론의 이름을 레위 집안의 지팡이에 써라. 각 집안의 우두머리마다 지팡이가 하나씩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너는 그것을 만남의 천막 안, 내가 너희와 만나는 증언판 앞에 놓아라. 내가 선택하는 바로 그 사람의 지팡이에서 싹이 돋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이스라엘 자손들이 너희에게 투덜거리는 것을 멈추게 하겠다.”

 

집안마다 있는 지팡이는 소위 각 지파 수장의 권위를 나타내는 일종의 지휘봉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이 말을 전하자, 이스라엘의 모든 수장이 각자 집안마다 지팡이 하나씩, 모두 열두 개의 지팡이를 모세에게 내놓았다. 아론의 지팡이도 그 지팡이들 가운데에 있었다. 모세는 증언판을 모신 천막 안 주님 앞에 그 지팡이들을 놓았다. 레위 지파를 대표하는 아론의 지팡이까지 포함하면 총 열세 개가 되는 셈이다. 본래 레위 집안은 인구 조사나 병역 동원에 있어서는 열두 지파에 포함되지 않았었다(1,5-15 참조).

 

이튿날 모세가 증언판을 모신 천막에 들어가 보니, 레위 집안을 대표한 아론의 막대기에 싹이 나 있는 것이었다.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편도 열매가 이미 익어 있었다. 이는 하느님께서 아론을 선택하셨다는 것을 드러내신 것이다. 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아론 외에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그 어떤 말이나 문자대신 지팡이의 모습으로 이용하셨다. 모세가 그 지팡이전체를 주님 앞에서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 자손에게로 가지고 나오자, 그들은 저마다 자기 지팡이를 찾아 치켜들었다.

 

이렇게 하느님의 예고대로 아론의 지팡이에만이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이미 익어 있었다. 이는 하루 사이에 일어난 기적이다. 죽은 편도 나무가 새 생명을 낸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자신에게 속한 이에게는, 죽은 이라도 새 생명을 언제나 불어넣어 주실 수가 있다. 그렇지만 영적으로 죽은 인간은 하느님의 기운을 받을 수가 없다. 이는 아론은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대제사장으로 부름을 받은 징표를 드러낸 것이며, 온 이스라엘 공동체에 그것을 징표로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마침내 그 표징을 인정하였다. 그들은 지팡이에서 나온 새 생명을 보며, 하느님의 영광을 목격하였다. 그들은 매우 큰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겸손해졌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모세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우리는 죽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망했습니다. 다 망했습니다. 가까이 가는 이, 주님의 성막에 가까이 가는 이는 누구나 죽을 텐데, 우리가 이렇게 모조리 죽어 가야 한단 말입니까?” 이런 그들의 표현이 진실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춘 것만은 확실했다.

 

드디어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아론의 지팡이는 증언판 앞으로 도로 가져다 놓아, 반역자들에게는 엄중한 표징이 되도록 보존하여라. 그렇게 해서 너는 그들이 나에게 그만 투덜거려, 그런 일로 죽는 일이 없게 하여라.” 모세는 그렇게 하였다. 그는 주님께서 자기에게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 이제 성소 안의 증언판 앞에 놓인 아론의 싹 난 지팡이는 백성에게 하나의 증거품으로 남았다. 이는 하느님의 주권적인 선택을 따르는 자는 살 것이지만, 그분의 뜻을 거역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준엄한 결과를 맛볼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아무튼 코라와 다탄과 아비람의 반역의 본질은 아론과 그 아들에게만 주어진 사제와 레위인들 사이의 직무 불만에서 야기되었다.[계속]

 

[참조] : 이어서 ‘16. 사제와 레위인의 직무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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