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복음 1,26-38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 나자렛은 구약성서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지명이고, 예수시대에도 하찮은 마을 이었다.(요한 1,46).원문에는 “나자렛이라는 고을”대신 “나자렛이라는 도시”.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 이스라엘에서는 처녀가 결혼한 다음에도 성관계를 맺지 않은 채 1년 남짓 친정에 눌러살았다. 여기에서 “약혼”은 이런 상태를 가리킨다. 한 해쯤 지내고 나면 신랑이 신부를 시집으로 데려가서 비로소 성관계를 맺었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 “기뻐하여라”는 그리스인들의 인사말. 루카는 그리스사람인지라 이런 인사말을 택했다. 유다인들은 예나 이제나 인사할 때 “평화”를 빈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 마리아는 신비에 접할 때마다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2,19,51)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맏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 “예수”는 “하느님이 구원하신다”는 뜻. 마태오는 ”예수“라는 이름을 나름대로 풀이하여 “그는 자기 백성을 그 죄에서 구원할 것입니다”라 한다. 통속적 어원 풀이로 예수는 “야훼
께서 구원하신다”라는 뜻이다.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자를 그분께 주시어,

-. ”지극히 높으신 분의 하느님“은 그리스인들의 어투. 칠십인역에서도 이방인들만이 그런 표현을 쓴다. 여기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은 32-33절을 고려할 때 다윗의 어좌를 물려받는 임금, 곧 메시아라는 뜻이다.

33 그분께서는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 “야곱의 가문”은 이스라엘 백성. 여기서는 예수님이 이스라엘의 메시아이시고 2,32에서는 이방인들의 메시아도 되신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말하자,

-. 즈가리야처럼 마리아도 질문을 던지는데 그 자세가 자뭇 다르다. 즈가리야는 천사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마리아는 일단 믿으면서 해명을 구할 뿐이다.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했으나 성관계는 맺지 않고 지내는 처녀였다. 그런 처지에서 수태하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해명을 구하게 된 것이다.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 성령은 하느님의 기운. 여기 ”덮다“는 하느님의 현존을 가리킨다.(출애40.35: 민수9.8.22: 10.34)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 본디 하느님 홀로 ”거룩하시다“ 아울러 하느님의 기운을 입으신 예수님 역시 거룩하시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서는 불가능 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마리아는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1사무1.18) 또한 마리아는 신앙인의 귀감이다.

그러자 천사는 마라아에게서 떠나갔다.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분도출판사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