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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41 - 또 다른 기억의 바르셀로나 下 (바르셀로나/스페인)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10 조회수1,163 추천수0 반대(0) 신고

또 다른 기억의 바르셀로나 下 (정말 인종 차별이었을까?) 

 

 

 

바르셀로나 근교에 “시체스”라는 작은 해변 도시(마을)가 있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다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있어 많은 바르셀로나 현지인들이 찾기도 하고

 

이국적인 풍경에 바르셀로나에 왔던 관광객들의 당일 코스로도 꽤 유명한 곳이다.

 

나는 그곳에 갈 때 기차를 이용했는데 역에서 자동 발권기를 통해서도 티켓 구입이 가능하지만 

 

그때는 그런 쉬운 방법을 모르고 직접 창구로 가서 표를 구매했고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줄이 길게 늘어선 여러 개의 창구 중 한곳에 나도 줄을 서서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되어 창구 앞으로 갔다,

 

안에는 사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평범한 인상의 스페인 중년 남성이 앉아있었고 

 

유리칸막이에 있는 작은 구멍에 대고 ‘시체스’로 가는 표 한 장이 필요하고 얼마냐고 간단하게 물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기차표를 파는 창구이니 더 이상의 다른 말은 필요가 없는 것이고

 

한국에서도 그렇고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도 항상 그런 식으로 기차표를 구매했고 여태껏 별문제가 없었다.

 

내가 기대했던 대답은 XXX 유로입니다” 정도였는데 창구 직원의 입에서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되돌아왔다,

 

순간적으로 기차표를 구매하는 과정에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의 영어 문장과 단어들을 떠올려 보지만

 

그 사람 입에서 나온 말과 겹치는 문장이나 단어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않지만 그래도 간단한 대화는 큰 문제 없이 소통할 정도는 되는데

 

혹시나 상대방의 영어 발음이 너무 낮 설어서 내가 못 알아 들은 것이 아닌가 해서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했고 창구직원이 다시 한번 대답을 했지만

 

여전히 내가 알아 들을 수 있는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못 알아 들었어도 대충 십 유로짜리 지폐를 건넸으면 좋았을 것을

 

당시는 내 뒤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그의 대답에 

 

나 스스로도 당황스러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시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어 또 다시 물어보았고 역시나 상대방은 내가 알아 들을 수 없는 대답만했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웠는지 옆 창구에서 표를 구매하던 한 청년이 Four Euro 포 유로”라고 말해준다

 

나를 담당했던 직원이 나에게 스페인어로 대답했던 것이고 

 

스페인어의 알파벳도 모르는 나는 알아 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지체할 수 없어 얼른 돈을 지불하고 표를 받는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냥 갈수가 없어 한마디 했다,

 

“당신은 Four Euro라고 영어로 말 할 줄 알 것이다그런데 영어로 말하지 않았다,

 

혹시 당신이 영어를 할 줄 모른다면 손가락 네 개만 펴서 나에게 보여줬어도 내가 알아들었을 것이다,

 

당신은 정말로 다른 이들을 배려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사과를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말하고 내 갈 길로 가려고 했건만 

 

그의 대답이 돌아서는 내 발길을 붙잡았다 

 

“지금 너는 스페인에 있으니 당연히 스페인 말을 써야 한다” 그가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여행 다니면서 그 어느 나라에서도 들어 본적이 없는 말이다,

 

당시 나는 배낭여행 중이어서 등에는 커다란 배낭을 매고 앞쪽으로는 작은 보조 가방에 카메라까지 들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현지 거주인’이 아닌 여행자 행색을 하고 있었고 그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도시도 아닌 전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이 넘쳐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그런 억지스러운 소리를 들은 것이다.

 

특히나 Four Euro 라는 말조차 스페인어로 하던 사람이 내가 그에게 영어로 말한 것을 알아들었고 


또한 나에게 영어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당신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당신의 행동은 옳지 않다그러니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

 

아까와는 다르게 그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똑 바로 쳐다 보며 똑 같은 말만 반복한다 “여기는 스페인이니 너는 스페인 말을 써야 한다’라고.

 

그 창구 직원 때문이 아니라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시간을 끌면서 “진상”이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시 한번 그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역시나 그의 대답은 똑 같았다.

 

순간 나는 이런 것이 인종 차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즉각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Yellow(황인종)이기 때문에 나를 이렇게 대하고 있다

 

만약 내가 White(백인종)였다면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을 듣자 마자 그렇게 당당하게 여기는 스페인이니 스페인 말을 쓰라던 그의 표정이 심각해지며 

 

바로 “아임 쏘리”라고 한다.

 

스페인을 포함한 모든 유럽연합국가들에는 차별금지 법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차별금지 법이 없이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될 수 없다.

 

처벌의 정도는 모르겠지만 처벌이 두려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니며 사회적인 지탄이 두렵거나 귀찮아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얼마나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와는 별개로

 

법률이나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공개적으로 차별을 드러낼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내 입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그의 진심이 어떻든지 간에 나에게 바로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들은 세상에 태어날 때 성별인종선천성 장애, 성 정체성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것들이 있고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장애나 정의롭지 못한 부의 분배로 얻어지게 되는 경제적 빈곤등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들이 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나 팔자라고 하고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신의 뜻이라고 한다.

 

세상에 많은 종교가 있고 그 중에는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신분을 나누는 종교도 있지만

 

예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 같은 하느님의 자녀이고 서로 차별 없이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지금의 교회는 모든 인간들은 신의 본성에 따라 고귀하고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태어났으며)

 

그래서 그 사람의 겉모습과 상관없이 존중하고 또 존중 받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신의 뜻을 거스르는 이고 


그래서 세상의 모든 부당한 차별과 맞서라고 가르친다.

 

 

 

어째거나 내 경우는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인종차별이었고 여행이 끝나고 그곳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직장이나 학교등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차별에 노출된 사람이 겪어야 하는 수모와 삶의 피폐함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소수(혹은 약자)가 최소한의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이나 제도가 없는 사회

 

그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그것을 묵인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으며

 

모두가 항상 불안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존재가 항상 다수에 속할 수는 없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 소수에 속할 수도 있으며

 

항상 갑의 위치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을의 위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망각하고 산다.

 

내가 좀 눈치가 없고 둔한 편이라 여행을 다니면서 은근 인종차별을 당했는데 내가 몰랐을 수는 있지만

 

내 기억에는 인종차별을 경험한적은 없었다,

 

그날 창구 직원이 정말로 인종 차별을 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무례한 사람인데 내가 과민 반응을 한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당시에는 인종 차별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여러 가지 정황상 인종 차별이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반짝이며 내게로 다가 왔던 도시,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가우디가 살았던 도시,

 

그리고 그의 경이로운 작품들이 있는 도시로만 기억되었으며 좋았을 바르셀로나

 

두 번째 방문에서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인 인종차별을 경험한 도시라는 또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혹시나 우리나라에 오는 사람들' 

 

특히나 우리보다 피부색이 검은 나라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 


관광을 오던 아니면 코리안 드림을 위해 오던 


아름다운 기억이 아닌 나와 같은 '또 다른 기억'을 가지고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 매월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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