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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므리바의 물[20] / 시나이에서 모압으로[2] / 민수기[3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12 조회수1,143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 므리바의 물(민수 19,1-13)

 

첫째 달에 이스라엘 자손들, 곧 온 공동체는 친 광야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백성은 카데스에 자리를 잡았다. 공동체에게 마실 물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세와 아론에게 몰려갔다. 백성은 모세와 시비하면서 말하였다. 아무튼 어느 해의 첫째 달인지는 모른다. 친 광야의 카데스다. 이미 그들은 오래 전에 여기에 도착해 있었다(13,26). 가나안으로 정찰나간 이들이 돌아와 보고한 곳이다. 그 사이 백성이 반란이 있었다. 여기서 다시 이를 언급함으로써, 광야에 머물도록 단죄를 받은(14,34) 공동체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음을 확인한다.

 

므리바는 카데스에 있는 지명을 나타낸다. ‘리브’, 다시 말해 시비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 말 동사는 본디 법률 용어이다. 이로써 이 므리바의 물이야기는 재판의 형태로 우리에게 소개된다. 모세와 백성 사이에 시비가 일자, 다른 여느 이야기들에서처럼, 주님께서 개입하셔서 결정을 내려 주신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유독 여기에서 모세가 잘못한 것으로 판결하신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는 밝히지는 않았지만, 모세와 그의 형 아론이 지도자로써 하느님의 눈에 걸림돌처럼 제시되기도 한다. 백성이 모세를 향해 시비를 건다.

 

, 우리 형제들이 주님 앞에서 죽을 때에 우리도 죽었더라면! 어쩌자고 당신들은 주님의 공동체를 이 광야로 끌고 와서, 우리와 우리 가축을 여기에서 죽게 하시오? 어쩌자고 당신들은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고약한 곳으로 데려왔소? 여기는 곡식도 무화과도 포도도 석류도 자랄 곳이 못 되오. 마실 물도 없소.” 그들은 모세의 사촌 코라와 그 일행의 반역자들이 벌인 그 때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시비 걸며 따진다.

 

모세와 아론은 공동체 앞을 떠나 만남의 천막 어귀로 가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러자 주님의 영광이 그들에게 나타났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너는 지팡이를 집어 들고, 너의 형 아론과 함께 공동체를 불러 모아라. 그런 다음에 그들이 보는 앞에서 저 바위더러 물을 내라고 명령하여라. 이렇게 너는 바위에서 물이 나오게 하여, 공동체와 그들의 가축이 마시게 하여라.”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지시하신 내용은 간단하다. 공동체와 가축에게 필요한 물을 바위에서 얻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팡이를 들어 공동체를 불러 모으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앞에 보이는 바위에게 물을 내라고 명령을 하라는 거다. 어떻게 명령을 내라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리하여 모세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주님 앞에 있는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모세가 아론과 함께 공동체를 바위 앞에 불러 모은 다음,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 반항자들아, 들어라. 우리가 이 바위에서 너희가 마실 물을 나오게 해 주랴?” 그러고 나서 모세가 손을 들어 지팡이로 그 바위를 두 번 치자, 많은 물이 터져 나왔다. 공동체와 그들의 가축이 한없이 물을 마셨다. , 물이 나왔다. 그토록 공동체가 원했던 물이 쏟아졌다. 그것도 맨 땅이 아닌, 단단한 바위에서. 지팡이로 바위를 내리치니, 많은 물이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이는 기적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지만 이를 일으킨 것은 어느 것에 기인된 것인가? 지팡이를 바위에 내리친 모세, 모세가 집어든 지팡이, 모세에게 명령한 하느님, 모세를 원망한 백성들, 아무래도 섣부른 판단이 어렵다. 그렇지만 하느님을 영광을 믿는 우리 역시 여기에서는 여태 모세의 잘못으로 여기고 있다. 아니 다들 그렇게 들어 왔고 그렇게 배웠다. 먼저 하느님의 판정부터 들어보자.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나를 믿지 않아 이스라엘 자손들이 보는 앞에서 나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이 공동체에게 주는 땅으로 그들을 데리고 가지 못할 것이다.”

 

모세와 아론에게 내린 하느님의 답은 두 가지로, ‘너희 둘은 나를 믿지 않았고, 그리하여 백성들 앞에서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았다.’라는 거다. 다시 말해 그때에 너희들은 나를 믿지 못해 의심했고 바위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 그 기적을 단지 너희들만의 영광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죄 탓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내가 인도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그 가나안이라는 장소로 너희들은 결코 인도하지를 못할 것이라나. 이것이 이스라엘 자손들이 주님과 시비한 므리바의 물이야기이다.

 

사실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것은 그분의 초월적인 위대함과 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모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는 성경의 전통이 그 이유를 의도적으로 흐려 놓은 결과가 아닌가도 여겨진다. 이는 모세가 바위 앞에서 행한 그의 말에서 그가 하느님께 품은 의심을 드러낸다는 것이라든가, 또는 모세가 바위를 향해 말로 명령하는 대신에, 다만 백성에게만 말하고 지팡이를 들고 바위를 두 번 두드림으로써 바위에게 명령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에 이중으로 거슬렀다는 것 등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석연찮다.

 

아무튼 주님께서는 바위에서 많은 물이 터져 나오게 하시어, 당신의 거룩함을 또 한 번 온 공동체에 드러내셨다. 그렇지만 땅 위에 사는 어떤 사람보다도 겸손하다고(12,3) 인정받은 모세는 므리바에서 하느님의 눈에 드러났다. 하느님보시기에도 모세의 이 작은 실수가 너무나 아쉬웠던 것 같다. 성경 곳곳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쉬운 속마음을 수차 드러내신다. 백성의 시비에 격한 감정으로 저지러진 이 작은 실수에 기인되어, 하느님께 직접 들은 이 꾸지람을 두고서, 아마도 모세는 두고두고 회개의 눈물을 흘렸을 게다. 그렇지만 사십 년을 광야에서 백성을 이끌면서 지낸 여정의 마지막 관문에서, 이제 그는 후계자에게 지도자의 지위를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모세는 친 광야의 카데스에서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떠날 준비를 하였다. 그들은 약속의 땅 남쪽에 머물렀기에 더는 남쪽으로 내려갈 마음은 없었다.[계속]

 

[참조] : 이어서 ‘21. 에돔이 이스라엘의 통과 요청을 거절하다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므리바,바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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