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아론의 죽음[22] / 시나이에서 모압으로[2] / 민수기[37]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14 조회수1,294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2. 아론의 죽음(민수 20,22-29)

 

이스라엘 자손들, 곧 온 공동체는 카데스를 떠나 호르 산에 이르렀다. 주님께서 에돔 땅 경계 부근의 호르 산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아론은 선조들 곁으로 간다. 너희가 므리바의 샘에서 나의 분부를 거역하였으므로, 아론은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준 땅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너는 아론과 그의 아들 엘아자르를 데리고 호르 산으로 올라가서, 아론의 옷을 벗겨 그의 아들 엘아자르에게 입혀라. 아론은 선조들 곁으로 간다. 그는 거기에서 죽을 것이다.”

 

여기에서 아론은 선조들 곁으로 간다.’가 두 번이나 나온다. 이는 선조들과 합류하였다또는 합쳐졌다로 직역된다. 이런 표현은 사람이 죽으면 일반적으로 가족 묘지에 합장되던 관습에서 유래한다나. 아무튼 모세는 형 아론에게 사제의 옷을 입혀 주었던 것처럼(레위 8,7-9), 이제는 아론의 아들 엘아자르에게 그 옷을 입혀 주어야 한다(탈출 29,29-30 참조). 이는 아론이 입은 옷이 주검에 닿아 부정해지지 않도록, 모세는 아론이 죽기 전에 옷을 벗겨야만 했기에.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대제사장 아론의 죽음에 대해서 육하원칙에 따라 그의 동생 모세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다. 보다시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를 아주 일목요연하게 묘사하면서 이르셨다. 그만큼 아론의 죽음은 만인에게 분명하게 알려져야만 했기에. 사실 대제사장의 직분은 아주 엄중했다. 백성의 지도자 모세를 위해서도, 공정과 정의로 당신 백성을 젖과 꿀이 흐르는 곳으로 인도하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이처럼 아론 집안이 담당한 사제, 그것도 대제사장 자리가 그만큼 막중하기에.

 

모세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하였다. 그들은 온 공동체가 보는 앞에서 호르 산으로 올라갔다. 이 세 사람의 여행은 참으로 어렵고 슬픈 여행이었다. 특히 아론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그는 므리바에서 대제사장직을 동생 모세와 함께 오용함으로써 이렇게 그 직위를 잃게 된 것이다. 그만큼 그는 그곳에서 하느님의 종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자기가 마치 뭔가가 된 것처럼 착각했다. 하느님을 의지하지 않고 행한 제사장 직무는 이제 종결을 고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하느님의 백성이 가나안에 들어가서는 아론을 대신한 새로운 대제사장이 필요했고, 그에 따른 주요한 의식이, 이 마지막 고난의 광야 여정에서 의당 이루어져야만 했다.

 

모세는 아론의 옷을 벗겨, 그의 아들 엘아자르에게 입혔다. 드디어 아론의 역할은 끝났다. 그는 동생 모세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명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부하는 바람에 하느님에 의해 손수 차출을 받아 모세의 대변자가 되었고, 이제 동생과 함께한 그 파란만장한 여정을 고한 것이다. 모세에게 화를 내시면서까지(탈출 4,14 참조) 당신 사명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신 하느님이시다. 그만큼 당신 백성이 이집트에서 불의하게 종살이하는 것을 보고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분노를 드러내신 하느님께서, 마지막 카드로 제시하신 모세보다 위인 형이었다.

 

레위인인 너의 형 아론이 있지 않으냐? 나는 그가 말을 잘하는 줄 안다. 그가 지금 너를 만나러 오고 있다. 그는 너를 보면 마음으로 기뻐할 것이다. 너는 그에게 일러, 그가 해야 할 말을 그 입에 담아 주어라. 네가 말할 때나 그가 말할 때, 내가 너희를 하나같이 함께하며 도와주겠다.”(탈출 14-15)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형 아론을 협조자로 세워 주시면서, 아론이 말할 때에도 언제까지나 함께하겠다고 모세를 다독이며 약속하신 것이다.

 

그 후 모세는 지팡이를 단단히 잡고 당당하게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형 아론과 함께 주도했다. 그리고 아론은 모세의 말을 전하는 예언자가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두 사람에 의해 수행되기를 바라셨는지도 모른다. 이는 모세에게 말을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을 주시지 않은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가 있다. 아론은 모세의 예언자로, 모세는 하느님의 능력을 펼치는 지도자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함께 성실하게 수행해 왔었다.

 

아론이 그곳 산꼭대기에서 죽자, 모세와 엘아자르는 산을 내려왔다. 세 사람이 출발했지만, 두 사람이 슬픈 모습으로 내려온 것이다. 아론의 옷은 그의 아들이 받아 입었다. 그리하여 아론이 숨진 것을 온 공동체가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대제사장 직분이 아론의 아들 엘아자르에게 남아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는 하느님의 큰 은혜로 여겨졌다. 이리하여 이스라엘의 온 집안은 대제사장 아론의 죽음을 슬퍼하며 삼십 일 동안 곡을 하였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당신 계획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서서히 새로운 채비를 준비하고 계셨다.

 

이스라엘이 아타림 길로 온다는 소식을 네겝에 사는 가나안 사람, 아랏 임금이 듣고, 이스라엘에 맞서 싸워 그들 가운데 얼마를 포로로 잡아갔다.[계속]

 

[참조] : 이어서 ‘23. 호르마를 점령하다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아론,대제사장,엘아자르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