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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15 조회수2,578 추천수11 반대(0)

캠핑을 갔을 때입니다. 한 신부님이 식사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저 어제 잠을 못 잤습니다. 캠핑 가는 것이 너무 기쁘고 설레어서 잠을 못 잤습니다.” 신부님은 미국에서 캠핑을 가는 것이 좋았다고 합니다. 혼자서는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다른 신부님들의 모임에 함께해서 좋았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작년에 사제서품을 받았고, 미국인 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있습니다.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는 성당에서 있다가 한국말을 마음껏 사용하는 캠핑에 오니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 음식을 마음껏 만들어 먹으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선배 신부님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캠핑 가는 것이 설레는 젊음이 부러웠습니다.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는 어린왕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있기 때문이야.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신부님의 마음이 어린왕자처럼 순수했기 때문에 캠핑이 설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황량하고 거친 사막에서도 싱그러운 우물을 찾는 사람이 있지만 풍요롭고 화려한 도시에서도 늘 외로움과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 있다면 어린왕자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것입니다.

 

저도 생각만으로 가슴 설렜던 일이 있었습니다. 소풍 가기 전날에도 그랬습니다. 시골에서 어르신들과 사촌들이 오는 날도 그랬습니다. 신학교에 들어가는 날도 그랬습니다. 서품 받는 날도 그랬습니다. 첫 본당으로 가는 날도 그랬습니다. 모두들 가슴이 설렜던 추억들이 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청혼을 받는 날, 자녀가 대학에 합격한 날, 군에서 제대한 날이 있을 겁니다. 예전에 읽었던 노란 손수건도 기억납니다. 오랜 방황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나를 기다린다면, 나를 사랑한다면 마을 입구 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 주세요.’ 가족들은 마을 입구 나무의 가지마다 노란 손수건을 걸어놓았습니다. 손수건을 걸어 놓았던 가족들도, 그 손수건을 보았던 당사자도 모두 가슴이 설렜을 겁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바로 그런 설레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늘아, 위에서 이슬을 내려라. 구름아, 의로움을 뿌려라. 땅은 열려 구원이 피어나게, 의로움도 함께 싹트게 하여라. 이스라엘의 모든 후손들은 주님 안에서 승리와 영예를 얻으리라.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리라.”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는 날을 이야기합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거라고 합니다. 땅은 열려 구원이 피어나고, 의로움이 싹틀 것이라고 합니다. 요한은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서 이렇게 묻습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요한과 제자들은 구세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요한의 제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요한에게 돌아갔을 겁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설레는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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